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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유학 늘어나는 이유 - 함인희
	2006-01-06
조기유학 늘어나는 이유 며칠 전 TV 뉴스를 보니 겨울방학을 이용해 영어 연수를 떠나는 초등학생들이 인천국제공항을 가득 메우고 있는 광경을 배경 삼아 최근 6년 새 초등학생 유학 및 연수가 30여배나 증가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교육에 관한 한 이름난 대학의 교육학 박사도 정작 집에 들어가면 "당신이 우리 교육 현실을 알기나 해요?" 하고 타박받기 일쑤인데다 자녀교육에 대한 과잉투자 문제는 그 누구라도 합리적ㆍ객관적 설명이 불가능한 상황인지라 의견을 피력하는 것 자체가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니긴 하나，그래도 가능한 한 솔직하게 '초ㆍ중등 조기유학'의 허와 실을 따져보긴 해야 할 것 같다. 조기 유학의 생생한 경험담이야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사교육비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세대가 바로，"어린 시절 부모가 나를 조금만 더 뒷받침해 주었더라면…"하는 회한이 시대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요，그 뒤를 이어 세계화의 파고를 타고 '기러기 부부'를 다수 양산하기 시작한 건 바로 386세대라는 점이다. 어차피 미래가 불투명한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그나마 확실한 전략이라고 믿는 상황에서，개인의 '제한적 합리성'에 입각한 선택이 공교육의 총체적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음은 유감이다. 그러나 조기유학을 감행하는 이들도 사회구조의 희생자적 측면이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실제로 조기유학으로 인해 개인ㆍ가족 그리고 사회ㆍ국가엔 어떠한 득과 실이 있는지，상식적 수준에서 따져보자. 먼저 개인ㆍ가족 차원에서 조기유학을 고려한다면，아무리 '가족 공리주의'를 인정한다 해도 유학에 따른 경제적 비용부담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닐 게다. 자녀들의 정체성 혼란 또한 부모의 입장에선 위험 부담을 안아야 하는 요소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조기유학을 감행하는 이유인 즉，과열 입시경쟁의 부담을 덜고 보다 수준 높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외국의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높은 몸값을 보장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나아가 '영어만 해결된다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기회를 더욱 확대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등으로 인해 현재의 부담과 미래의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히 투자하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이들 초ㆍ중등 조기유학에 관해서는 사회적 차원의 반론이 거세다. 곧 공교육의 부실화，외화유출로 인한 경제적 손실，계층간 위화감 조성，두뇌 유출(brain drain) 증가로 인한 국가경쟁력 약화 등이 자주 오르내리는 논리이다. 소 뒷걸음질치다 개구리 밟는 격으로 세계적 인재를 양성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말이다. 결국 계산컨대 득(得)이 실(失)을 크게 능가하지 못함에도 가족 수준에서 위험 부담을 무릅쓰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한국식 입시위주의 교육제도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한다는 생각이다.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사교육비 부담으로 인해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어차피 고비용이라면 조기유학을 통해 고효율의 가능성을 담보 받고 싶은 부모의 선택을 무조건 비난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조기유학 문제는 당사자들의 선택에 비난의 화살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유혹 자체를 근절할 때만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현재로선 '공교육 패(敗) 사교육 승(勝)'의 엄연한 현실로부터 출발해，고비용을 저비용 구조로 되돌리겠다는 공언(空言)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교육을 저효율로부터 고효율로 선회시키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실현 가능한 대안일 것이다. 조기유학으로 인한 '기회비용'이 국내 교육을 능가한다면 누가 이를 감행하는 우(愚)를 범하겠는가?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 사회학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한국경제 2006. 1. 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