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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 살림 걱정이다 - 안종범
	2006-01-04
나라 살림 걱정이다 우리 국회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3년 연속 새해를 하루 앞두고 예산안을 간신히 통과시켰다. 이번에는 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이 불참한 상태에서 통과되는 기록까지 남겼다. 이처럼 해마다 정치적 극한대립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우리의 나라 살림이 정말 걱정이다. 재정수지가 지속적으로 악화돼 적자보전 국채를 해마다 발행하고 있고, 국가 채무는 외환위기 이후 8년 만에 거의 세 배에 가까울 정도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어려운 나라 살림이기에 더더욱 걱정이 앞선다. 2006년 예산이 특히 걱정되는 것은 제대로 심의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삭감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8조원의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겠다고 장담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9000억원만을 삭감한 채 통과시킨 2006년 예산이 방만하다고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올해 예산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감세가 필요하다던 한나라당의 주장 대신 지출 확대가 더 효과적이라던 정부 여당의 주장이 100% 반영됐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심지어 경제 활성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민원성 사업은 오히려 마지막에 증액되기까지 했다. 재정 확대가 잃어버린 10년의 원인으로 작용했던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올해 5월에는 대형 정치행사인 지자체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우리 정치권이 이 행사에 '올인'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각종 선심성 공약이 남발될 것이고 그로 인해 야기되는 재정지출 확대의 압박은 결국 2007년 예산 편성에 반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 먼저 추경을 편성할지도 모를 일이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해오던 추경인데 선거까지 끼어 있는데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각종 선심성 감세 공약도 자주 등장할 게 분명하다. 지출이 마구 늘어나는 상황에서 감세까지 이뤄지면 나라 살림은 거덜나기 십상이다. 2007년 치러지는 대선까지 생각하면 최악의 상황까지 각오해야 할 판이다. 정부와 여당은 나라 살림 걱정에 뻔한 답변을 내놓을 것이다. 나라 빚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못 미치고, 통합재정수지도 아직은 괜찮다. 한발 나가 "불필요한 위기위식을 조장하지 말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재정위기 가능성을 경고하는 경제전문가들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국민이 '세금 덜 내고 예산 풀라'는 기본 욕구를 스스로 억제하려 하겠는가? 나라 살림이 걱정된다면 우선 두 가지를 해야 한다. 첫째, 알뜰하게 나라 살림을 꾸리도록 법으로라도 강제해야 한다. 여야 모두 제출해 협상하고 있었던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을 지금이라도 통과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지자체와 대선을 앞둔 지금으로선 최선책이다. 둘째, 일단 통과된 2006년 예산이 부문별로 얼마나 제대로 쓰이는지 철저하게 사후 성과 관리를 해야 한다. 제도권과 시민단체, 전문가 모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타당성 없이 집행되는 사업이나 기대했던 성과에 미치지 못하는 사업은 적기에 가려내 퇴출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인이 내뱉는 달콤한 선심성 공약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 국민의 인내와 냉철함이 필요하다. 결국 나라 살림을 지켜내는 것은 국민이다. 선심성 예산을 주고 세금을 깎아 준다는 사탕발림은 늘 극심한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으로 되돌아 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지자체 선거와 다가올 대선에는 포퓰리즘이라는 악령이 힘을 쓰지 못하도록 우리 국민 스스로 나서야 한다. 어려운 가정 살림에 기우뚱거리는 나라 살림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로 우리 국민의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진 셈이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중앙일보 2006. 1. 4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