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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오류 함정'에 빠진 참여정부 - 조동근
	2006-01-03
'무오류 함정'에 빠진 참여정부 태풍은 파괴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바다를 크게 휘저어 산소를 공급해 바다 속 생물의 서식 환경을 풍요롭게 한다. 연말 연시 경기도 ‘돈 흐름’을 크게 휘저어 서민들의 살림 형편을 피게 하는 ‘계절풍’이다. 그러나 세밑 경기는 훈풍이 되지 못했다. 서민들의 ‘삶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참여정부 경제운용의 실패는 본질적으로 좌(左)편향에 기인한다. 역사적으로 좌파는 인간의 이성(reason)에 신뢰를 보내왔다. 좌파에게 인간의 이성은 “대문자 R로 시작되는 빈틈없는 능력”인 것이다. 그들 눈에 ‘시장’은 무질서하고 비윤리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들은 이성에 기초한 정부 조직을 통해 시장을 통제·관리함으로써 윤리적이고 이상적인 사회를 설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 왔다. 참여정부도 이 같은 지적 조류를 따라 출범부터 ‘큰 정부’를 지향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일하는 정부’로서 ‘큰 정부’를 역설했다. ‘대(對) 국민 서비스 확대’가 일차적 명분이지만 정부의 역할 확대 기저에는 ‘시대정신’이 자리를 잡고 있다. 기득권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꿔 성장과 분배의 새로운 틀을 짜는 것이다. 정부 주도 하의 ‘균형, 분배, 형평, 복지, 약자 보호, 양극화 해소’가 그 핵심이다. “도덕적이고 온정적이며 일하는 정부”가 시장 위에 ‘군림’해 왔다. 그리고 친시장, 친기업, 경제우선 대신 시장 간섭적, 기업 규제적 그리고 정치·사회 우선 정책에 치중해 왔다. ‘큰 정부, 작은 시장’의 정책 구도 아래서 경제가 제대로 활력을 띨 리가 없다. 그 결과 성장이 지속적으로 지체됐다. 수출은 사상 유례 없는 호조를 보였음에도 수출실적이 설비 투자와 소비 확산으로 연결되지 않아 고용과 소득 면에서 상당한 ‘기회 손실’을 지불했다. 경제는 기복이 있기 때문에 성장률 그 자체는 부차적 문제일 수 있으나, 계속해서 잠재성장률 이하의 성장률을 나타낸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는 “인위적 경기부양 대신 경제체질 개선을 통해 지속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식으로 저성장을 합리화했다. 하지만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을 이뤄 양극화가 해소되고 경제체질이 개선됐다는 증거를 발견하기 어렵다. 그리고 큰 정부가 ‘일하는 정부’로서 시대의 조류에 부합하는지, 미래성장 동력을 갖춰 지속 성장의 틀이 마련됐는지 확신할 수 없다. 참여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부터 2005년(1~9월) 사이에 양극화는 심해졌다. 소득계층별 월평균소득을 기준으로 최하위 20%의 소득성장률(7.9%)이 최상위 20%의 소득성장률(10.9%)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분배를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양극화는 실은 저성장의 결과이다. 따라서 양극화 심화는 ‘인과관계의 도치’에서 비롯된 전형적 정책 실패인 것이다. 또한, 참여정부는 출범 이래 공무원을 크게 늘렸고 복지제도를 확대했다. 국가채무 누적은 재정 운용의 탄력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한편 ‘미래 성장 동력’은 ‘과거의 투자’가 아닌, 즉 시장 기회 포착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면서 ‘앞으로’ 얼마나 투자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 꺾일 줄 모르는 반(反)기업 정서와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적 규제로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 참여정부의 현실 인식이 여론 동향과 동떨어진 이유는 정권의 독선과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무지한 확신은 ‘무오류’의 함정에 빠지게 한다. ‘큰 정부, 작은 시장’ 조합은 인간의 인지 능력을 과신하는 데서 비롯된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하이에크는 이를 ‘치명적 자만’으로 경계했다. 정부 조직과 힘으로 시장을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가 없다”는 인식이 국부 증진의 첫걸음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시장경제제도연구소장) 출처 - 문화일보 2006. 1. 3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