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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군대는 누가 가란 말인가 - 강경근
	2005-12-30
그럼 군대는 누가 가란 말인가 ‘군필(軍畢)’이라는 단어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다음의 사실을 상기시킨다. 한국인이라는 것, 떳떳하다는 것, 얌체가 아니라는 것, 저 사람도 갔다 왔으니 나도 손해 본 것은 아니라는 일종의 동류적 평등 의식, 그래서 군대 ‘못’ 간 사람이 아닌, ‘안’ 간 사람이나 그런 자녀를 둔 사람의 고위 공직 진출은 다른 어떠한 이유가 있어도 용납하지 못하는 심성 등등이 그런 것이다. 헌법은 군필을 국민의 헌법상 의무로 규정하고, 병역법은 입영 거부를 입영기피죄로 벌하며, 입영 후라 할지라도 집총 거부는 항명죄로 다스린다. 이런 것들을 우리 대법원은 이미 1969년부터 헌법에 합치되는 것이라 하였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일관되게 이를 확인하였다.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 즉 “그리스도인의 소위 양심상의 결정으로 군복무를 거부하는 것”이나 “종교의 교리를 내세워 법률이 규정한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한 종교와 양심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가 ‘양심의 자유’에 속하지 않는다 함을 비법률적 언어로 말하자면 그것은 바로 ‘선(善)’하지 않다는 것이다. 선하지 않다 함은 ‘명심보감’ 첫머리에 있는 “선한 일을 하는 자”라는 공자의 말의 대구가 ‘악(惡)’이 아니라 ‘불선(不善)’이라 할 때의 그것을 말한다. 헌법재판소 등이 누누이 말하고자 한 바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일반적으로는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선한 일 역시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그 취지를 교묘하게 파고 들어가 이를 양심의 자유의 보호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 하였다. 다만 국가안보를 위한 병역의무도 중요하니 이들을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게 하는 대체복무 제도의 도입을 권고하는 등 최고의 법 판단기관인 헌법재판소 결정의 뜻에 비스듬히 어긋나는 불선적 행동을 한 것이다. 양심의 자유에서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의 법질서나 사회의 도덕률에서 벗어나려는 소수의 양심이다. 그렇지만 이들을 받아주기 위하여, 양심의 자유를 공익과 교량하고 공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양심을 상대화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의 본질과 부합될 수 없다는 것이 헌재의 결정이다. 양심의 자유와 공익은 양자택일의 관계일 뿐이라는 것이다. 양심에 반하는 작위나 부작위를 법질서에 의하여 ‘강요받는가, 아니면 강요받지 않는가’의 문제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국가안보라는 중대한 헌법적 법익에 손상이 없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며, 우리 사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자리 잡음으로써 그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더라도 병역의무의 이행에 부담의 평등이 실현되며 사회통합이 저해되지 않는다는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선행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의 대체복무제는 선하지 못한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정당성을 설파하기 위하여 여러 다른 나라의 사례를 들기도 한다. 아마도 보편적인 세계정신을 말하고 싶은 것일 게다. 그래서 사족을 하나 달자면, 인권위는 보편적 세계정신으로서의 인권이 가장 절실하게 적용되어야 할 북한의 세습 신판 전제왕권 집단의 반세계적 인권 문제를 진지하게 제기하면서, 그 북한에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발을 붙이고 사는 젊은이들에게 무엇이 선한 일인지를 정직하게 생각해 볼 것을 권고한다. ‘국가’ 있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있는 것이다. 본말을 전도한 무책임한 편향적 권고를 인권위는 행한 것이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헌법학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5. 12. 3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