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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헌적 개정 사학법안 바로잡아라 - 제성호
	2005-12-12
위헌적 개정 사학법안 바로잡아라 정부 여당이 사학법 개정안을 일방적 밀어붙이기로 통과시켰다. 제1야당은 물론이고 사학을 운영하는 재단, 종교계 등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앞으로 헌법소원, 자진 학교 폐쇄 등 사학과 시민단체들의 조직적인 불복종투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사학은 어려운 여건 아래에서도 학교 교육의 한 축을 형성하면서, 사회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해왔다. 비리를 저질러 사회적 지탄을 받은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학은 올바른 건학 이념을 가지고 국가의 동량을 배출하는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여권이 강행 처리한 개정 법안은 사학 비리 척결을 구실로 학교 법인의 지배구조를 강제로 바꾸어 ‘사실상 공립학교화’함으로써 법적 통제를 강화하려고 한다. 모든 사학을 불건전 집단으로 보는 것을 기조로 하고 있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이같은 조치는 사학의 재산권 보장과 자율성 확대 대신에 ‘통제 만능’의 발상과 ‘일률적 규제’가 교육의 중심개념으로 등장함을 뜻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개정 사학법을 획일적 하향 평준화 교육정책의 연장선에 있는 좌파적·반시장적 교육 개악으로 간주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학법 개정안 가결은 절차적 적법성을 충족하지 못한 위헌적 조치로 원천무효라고 의심할 만하다. 제안설명 생략과 ‘대리투표’가 중대한 법적 문제로 제기된 이상, 절차상의 위헌 논란이 철저하게 가려져야 한다. 여당 의원이 격렬한 몸싸움을 하면서 어떻게 투표를 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국회의 감시 카메라를 통해 대리투표 여부를 확인하고, 사실로 드러나면 국회의장은 즉각 사학법 개정을 무효화하는 한편, 응분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물론 관련자는 의법 조치해야 한다. 절차상의 하자 외에 내용상으로도 위헌소지가 있다. 사학법 개정의 핵심은 외부 인사를 법인이사회에 참여시키는 개방형 이사제의 도입에 있다.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한 인사로 이사진의 4분의 1 이상을 선임토록 한 것이다. 이사 선임방식은 학운위나 대학평의원회가 개방형 이사 후보를 2배수로 추천하면, 이 가운데 이사회가 선택하게 돼 있다. 하지만 개방형 이사제는 설립자의 재산 출연으로 만들어진 학교법인의 경영권, 교육철학과 건학이념을 실현하려는 권리, 이를 통한 행복추구권 등 교육 기본권의 본질을 침해하고 있다. ‘개방형 이사는 곧 전교조 이사’가 될 공산이 큰데, 이들이 학교 운영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반대할 경우 교육현장이 황폐화할 위험성이 있다. 전교조가 학교 운영에 깊숙이 개입할 경우 사학의 자율적 운영이 위축될 게 분명하다. 개정된 사학법은 비리 등으로 이사 취임이 취소된 인사의 복귀 금지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늘이고, 복귀할 때에도 이사진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도록 했다. 한번 쫓겨나면 다시 이사회에 들어오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는 학교운영 참여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 이 밖에 친족의 이사 참여 제한을 정수의 3분의 1에서 4분의 1로 강화하고 공립과 마찬가지로 4년 중임 학교장 임기제를 도입했다. 이 또한 사학 설립자의 학교 운영권을 제약할 것이다. 이런 내용대로 간다면, 앞으로 사학에 대한 투자의욕 상실과 함께 교육에 대한 민간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봉쇄돼 교육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여권이 정국 반전 내지 지지세 회복을 위해 이 같은 악법을 서둘러 통과시킨 것은 확실히 무리수였다. 헌법 정신을 거슬러 사학의 자율성을 파괴하는 입법을 수적 우세로 강행하는 것은 ‘의회의 폭거’와 마찬가지이다. 이 땅에 공립학교만을 강요하는 정책으론 우리 교육의 미래가 없다. 가이드라인 설정과 준수 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의 입법이 옳다고 본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법학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12. 12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