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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은 돌아오라 - 김진현
2005-11-25
황우석은 돌아오라 황우석 줄기세포 연구팀의 난자 확보 과정의 문제를 둘러싼 이번 소동은 많은 교훈을 주었다. 돌팔매를 맞아 더욱 단단해진 황우석은 다시 연구 현장으로 돌아오고, 대한민국은 21세기 바이오 기술산업혁명의 길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풀리지 않는 큰 의문이 있다. 지난달 18일 서울에서 열린 바이오-메디 심포지엄의 점심 자리에서 제럴드 섀튼 박사는 초청자인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한·미, 남·북한 관계까지 질문했다. 의외였다. 그러나 그가 황 교수를 “테러리스트로부터 잘 보호해야 한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 자산이기 때문”이라는 말로 끝을 맺을 때 이 질문의 뜻을 이해하고 황 교수에 대한 그의 극진한 애정에 내가 오히려 놀랐다. 황우석과 섀튼은 서로 형제라고 불렀고, 그래서 한국말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런 섀튼 박사가 한 달도 안 되어 황 교수가 윤리 규정을 위반했고,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동 연구 결별을 선언했다. 그가 결별 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던 연민과 고민의 흔적이 전혀 안 보이는 것이 영 풀리지 않는 대목이다. 국내 ‘PD수첩’까지 가세하여 증폭된 이번 소동은 서울대 수의대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조사와 심통(心痛)하고 간절한 황 교수의 기자회견을 통하여 진상이 밝혀졌다. 이제 분명해진 사실은 첫째 국내외 어느 나라 실정법에도 위반된 것이 아니고, 둘째 어느 윤리 준칙·지침·선언도 황 교수팀의 연구나 논문 발표 시점에서 보면 ‘위반’대상이 아니며, 셋째 그렇지만 형식적 법·지침·선언의 문구 해석을 떠나 그 정신과 지향이라는 보편적 관점에서 보면 결과적으로는 충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관계에서 남는 문제는 그간 황우석 교수가 연구원의 난자 제공을 부인했던 사실이다. 그러나 그 연구실의 열정으로 보아서 자발적으로 난자를 제공했고 사후에 황 교수가 이를 알았더라도 유교적 의식으로는 숨겨 달라는 요청과 이를 받아들이는 황 교수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는 것이 한국 기준이다. 그럼에도 황우석 교수는 스스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한국의 기준을 넘는 국제적 엄격성을 스스로 지키는 신뢰를 보인 셈이다. 영국이 앞서가던 프랑스의 기술을 따라잡고 미국이 영국을, 일본이 미국을 뒤쫓다 앞서가는 고비마다 이런 소동 이상의 방해·음모·혼돈이 있었다. 따라서 소성(小成)에 만족하거나 소동에 동요해선 안 된다. 한국을 발원지로 하여 세계 인류에 난치병 치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줄기세포 연구는 오히려 더욱 강화하여 한국이 확실한 세계의 허브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줄기세포 연구는 전 인류의 바람인 난치병 치료의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열었고, 그 선두를 황 교수팀이 개척했기에 21세기 산업혁명은 한국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첫째, 황우석 교수와 한국의 생명과학 연구자들이 더욱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그런 국민적 합의와 환경 정비가 가능케 되었다는 것이 오히려 이번 사태의 큰 소득이다. 줄기세포 연구가 실제로 난치병 치료에 실용되기까지는 기초과학 연구, 분화세포 정착 연구, 동물실험, 임상실험에 이르기까지 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 그 시간을 단축하고 세계를 리드하는 것만이 이번 교훈을 살리는 길이다. 그러려면 연구에 대한 외부의 이기적 간섭이나 센세이셔널리즘을 철저히 차단하는 장치가 확립되어야 한다. 둘째, 연구 윤리 관련 제도의 정비에서 대증요법적으로 서둘지 말고 생명과학 연구의 선두자답게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도록 철저하고 면밀하게 마련해 가야 한다. 연구의 자유와 유연성이 충분히 보장되면서도 투명한 윤리 운용이 신뢰를 얻도록 세계적 모범이 될 만한 것이어야 한다. 셋째, 우리의 능력과 잠재력이 확실한 생명과학과 전자공학의 융합을 미래 최우선의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과제들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황우석 교수가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리고 국민 절대 다수가 황 교수가 그 역할을 맡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황우석 교수는 돌아와야 한다.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 / 시민회의 고문) 출처 - 조선일보 2005. 11. 25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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