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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APEC 회담의 성과와 과제 - 김정호
	2005-11-21
부산 APEC 회담의 성과와 과제 많은 성과를 만들어낸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담이었다. 무엇보다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다는 사실을 가장 높이 평가하고 싶다. 2000년의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외국의 정상을 맞이해서 훌륭하게 행사를 치러냈다. 이번 회의의 호스트인 노무현 대통령도 의장으로서의 역할과 회원국 대한민국 대표로서의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세계 각국의 정·재계 지도자들에게 대한민국의 앞선 정보·통신(IT) 기술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기업들이 사업 기회를 넓히고 외국 자본의 투자를 유치하는 부수적 효과도 있었다. 그보다 더 큰 성과는 참가한 21개국 정상들이 목소리를 합쳐 경제 개방을 향한 의지를 천명했다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의 성취를 위한 특별성명이다. 협상의 걸림돌이었던 농업분야의 개방에 관하여 선진국들이 2010년까지 모든 농업보조금을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APEC 회담 참가국이 아닌 유럽연합(EU)의 반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이번 성명을 계기로 세계 경제의 개방화·자유화 추세에 가속도가 붙을 것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우리나라와 중국, 러시아 등 개별 국가들과의 무역자유화에도 진전이 있었다. 특히 우리가 선뜻 중국에 대해서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했기 때문에, 앞으로 중국과의 무역 갈등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다. APEC에서는 기업인들의 모임도 이뤄졌다. 그 가운데서 기업인자문위원회(ABAC)의 반부패선언이 두드러져 보인다. APEC 회원국 중에는 아직도 많은 후진국이 있고 그들은 아직까지도 우리보다 훨씬 심각한 부패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부패는 자본의 국적과 관계없이 투자를 저해해서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 뇌물을 받는 사람만 약간의 이익을 볼 뿐이다. 이번 선언은 직접 뇌물을 줄 위치에 있는 잠재적 당사자들이 스스로 부패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이것을 계기로 앞으로 역내의 투자환경이 보다 투명하게 개선돼서, 역내의 빈곤 문제도 더 빠르게 해결되길 기대해 본다. 정치적으로도 큰 성과가 있었다. 참가국 정상 명의로 낸 북핵에 관한 ‘9·19성명’의 이행에 대한 권장은 비록 점잖은 표현을 썼지만, 아마도 북한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 앞에 놓인 6자회담에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 간의 한·미 정상회담도 의미 있었다. 한미동맹을 재확인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안보에 관한 국민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었다. 이렇게 큰 성과를 거뒀지만, 부산 APEC은 해결해야 할 큰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APEC 반대 시위는 개최지인 부산을 혼란스럽게 했을 뿐 아니라, 한국을 방문한 외국의 정상들을 대하는 예의에도 어긋나는 일이었다. 반대자들은 APEC이 추진하고 있는 세계화가 가난을 만들어낸다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다. 개방된 경제는 수많은 사람에게 가난에서 벗어날 기회를 준다. 우리 자신이 그 증거이다. 60년대 초의 굶어죽던 코리아가 40년 만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할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선진국들이 시장을 열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베트남과 태국과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같은 나라에 문을 열어줄 차례다. 개방이 우리 농민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나아질 수많은 도시 빈민들의 생활도 고려해야 한다. 한 달에 정부 지원금 20만~30만원으로 살아가는 무의탁 독거노인들에게 쌀값이나 김치값은 굉장한 부담이며, 개방으로 인해 그 값이 떨어지면 그들의 생활 수준은 훨씬 나아질 것이다. 그리고 경제학은 개방으로 인한 소비자의 이익이 생산자의 손해보다 늘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다른 민족들에 대한 열린 마음은 평화와 더불어 경제적 번영도 가져다 준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11. 21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