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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평가제 요구는 권리이자 의무 - 이훈구
	2005-11-08
교사평가제 요구는 권리이자 의무 최근 우리 사회의 큰 논쟁거리 중 하나는 교사평가제에 관한 것이다. 여기에는 찬반 양론이 존재한다. 반대하는 측의 이유는 교사들의 동의와 이해를 구하지 않은 채 강행하는 점, 학교교육의 책임을 교사들에게 전가하는 듯한 인상 때문이다. 반대로 교육의 질 향상과 동서양 선진국에서의 성과 등을 이유로 이 제도를 찬성하는 측이 있다. 필자는 찬성 쪽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한국에서도 대학은 이미 수년 전부터 교수와 강사 모두가 학생들로부터 평가를 받아왔다. 처음에는 노교수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그러나 현재 이를 반대하는 교수는 한 사람도 없다. 매 학기 학생들이 수강 과목의 교수와 강사를 평가한다. 교수는 자기 자신에 관한 평가뿐만 아니라 자기 학과의 타 교수에 대한 평가도 동시에 전달받는다. 이 정보를 통해 자신이 다른 교수에 비해 어느 정도로 학생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제 교수들은 자신의 교수법에 대해 심각하게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불어 죽어라고 열심히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교수의 경우 강의 평가에 의해 당장 해고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강사의 경우는 즉각 다음 학기 강사 선정에 반영된다. 평가가 나쁜 강사는 당장 해고된다. 좋은 학교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요인 중 가장 결정적인 것 하나를 꼽으라 하면 그것은 당연히 선생의 실력이다. 이는 대학이나 초·중·고교나 매한가지다. 그 이유를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설명해보자. 10여년 전 일류 공립 고교 교사가 삼류 고등학교로 전근했다. 그 교사는 삼류 학생이니 공부가 시원치 않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기말시험 성적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가르친 삼류 학생의 반 성적이 평균 80점이 넘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놀란 것은 교장 선생님이었다. 이 학교에서 그렇게 높은 반 성적을 올린 것은 역사상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타났는가. 학생들은 그 교사가 너무 쉽게 그리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가르쳤기 때문에 시험을 잘 본 것이다. 즉 명장 밑에 약졸이란 없는 것이다. 두 번째 사례는 수업 붕괴에 관한 연구에서 나타났다. 서울 어느 중학교에서 수업 붕괴가 일어나는 학급에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하고 수업현장을 녹화하였다. 그 결과 재미있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교사들은 수업 붕괴가 일어나는 학급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즉 문제아가 많은 학급에서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떠들고 난장판을 벌인다. 그러나 녹화테이프를 분석해본 결과는 수업 붕괴의 원인은 학생이 아니라 바로 교사였다. 같은 반 같은 학생이라 하더라도 어떤 교사가 들어오면 난장판을 벌이지만, 어떤 교사에게서는 숨소리조차 죽인 채 엄숙하게 수업을 받고 있었다. 어떤 교사 수업에서 학생들이 난장판을 벌이는가. 교사가 재미없게 가르치고 실력이 없는 경우이다. 실력이 있는 교사는 학생들에게 엄했다. 떠들면 즉각 회초리를 들었고 무엇보다도 교수방법이 특이했다. 교과서는 덮어놓은 채 학생들과 대담 형식으로 40분을 아주 다이내믹하게 진행했다. 연구자들이 어떻게 그렇게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가 하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그들은 다음과 같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그 선생님은 실력이 있잖아요!” 교사평가제가 학부형과 교사 간, 그리고 교사와 교사 간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또 어린 학생들에게 교사의 평가를 맡기면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기우다. 대학 사회의 불신이 교수평가제도 때문에 발생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교사평가제 요구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당연한 권리 주장이다. 교사로서 그의 평가는 의무 사항이다. 국제경쟁에서 이기고 우리나라의 교실 붕괴를 막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교사평가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훈구 (연세대 교수·교육심리학 / 시민회의 일하는복지사회운동본부장) 출처 - 세계일보 2005. 11. 8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