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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憲裁결정 임박한 행정도시 헌법소원 - 류동길
	2005-11-07
憲裁결정 임박한 행정도시 헌법소원 행정도시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은 물론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위헌결정을 우려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합헌 의견서’를, 충청권 3개 시·도지사는 ‘합헌 주장 호소문’을 헌재에 제출하는 해괴한 일을 벌였다. 헌재에 대한 일종의 압력이다. 헌재는 이미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그것은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는 물론 국민 모두에게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재미 좀 보려고” 제기했던 충청권 공략카드를 거두어들일 수 있는 명분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의 위헌성을 그대로 계승한, 수도 분할을 획책하는 행정도시특별법을 또 만들었다. 야당 일부도 거들었다. 법의 명칭도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라는 긴 이름이다. 수도 이전이 위헌이었으니 거의 같은 모습, 거의 같은 내용의 행정도시 건설도 당연히 위헌일 것으로 기대된다. 해마다 국가채무는 무서운 속도로 늘어난다. 복지 증대, 국방 개혁, 농어촌 지원, 국가 균형발전 5개년계획, 혁신 도시 건설, 공공기관 지방이전, 쌀 비료 전력 신발 옷 비누 등 대북 지원에 들어갈 돈은 천문학적이다. 돈 나올 곳은 생각지 않고 돈 쓰는 일에 매달리면 언젠가 파탄 난다는 것은 개인도 가정도 나라도 마찬가지다. 수도 이전에 이은 행정도시 건설의 목적은 수도권 과밀화 억제와 지역 균형발전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서울의 송파 신도시뿐 아니라 5~6개의 미니 신도시를 건설, 수도권 과밀화를 자초하는, 앞뒤가 어긋나는 일을 계획한다. 충청권에 행정도시를 만들면 모든 지방이 고르게 발전한다는 억지 주장도 한다. 성적이 떨어지는 원인도 모른 채 공부방을 옮기면 성적이 오른다는 주장과 다를 게 없다. 헌재가 합헌결정을 하면 어떻게 되는가. 문제는 무엇인가. 첫째, 헌재는 행정도시특별법의 위헌 여부를 판정하는 것이지 행정도시 건설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판정하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는가. 정부는 ‘하고 싶은 일’을 할 게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우선순위에 따라 해야 한다. 세상사 모두가 그렇듯이 해야 할 일이라도 때가 있다. 1년 늦으면 10년 뒤처지는,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세계 각국은 국가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돈 많이 들여 집 잘 지어놓고 패가망신하는 경우는 흔히 있다. 우리의 시급한 과제는 아무리 따져보아도 행정도시 건설은 아니다. 둘째, 행정도시 건설이 앞으로 계속 추진된다는 보장이 없다. 멀쩡한 수도를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하듯이, 앞으로 등장할 정부 또는 대선후보가 행정도시 건설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가능성이 왜 없겠는가. 스님 한 사람의 단식농성으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가 중단됐다. 또 새만금간척사업 공사도 중단되지 않았는가. 이런 사례에서 보듯 국가적 사업이 중도에서 차질을 빚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행정도시 건설이 시급하고도 중요한 사업이라면 어떤 정부에서도 중단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굳이 추진하겠다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주장해 왔던 것이다. 수도를 두 동강 낼 수는 없다. 서울은 한반도 남쪽의 수도가 아니라 오랜 역사를 거쳐 오는 동안 한반도 전체의 중심이었다. 국가적 과제를 두고 수도권과 지방을 대립시켜 수도분할 반대의 대의(大義)를 수도권 기득권 지키기로 매도할 수는 없다. 지방을 살리는 일을 누가 반대하는가. 지역 균형발전의 길을 수도분할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일단 시작한 일이니 끝을 보자고 오기를 부리면 나라는 멍든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11. 7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