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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정책 패러다임을 바꿔라 - 김종석
	2005-11-01
경제정책 패러다임을 바꿔라 비록 네 군데에 불과한 10·26 국회의원 재선거였지만, 그 결과에 담긴 국민의 뜻은 분명해 보인다. 현 정부와 집권당에 대한 불만과 경고의 메시지가 들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침체와 그로 인한 국민생활의 어려움 때문이다. 아무리 다른 분야에서 업적이 많아도 경제에 실패한 정부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는 처음부터 잘못 설정된 경제정책 방향 때문이다. 노무현정부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시장 기능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고 정부 개입을 통한 경제 문제의 해결을 선호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조차 정부 기능의 한계를 인정하고 시장 기능을 활용한 실용주의적 경제노선으로 가고 있는 마당에, 공익은 공무원만이 보호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과 정부 만능주의에 빠져 관치경제가 시장경제보다 더 우월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한국 경제를 지난 2년8개월 동안 관리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늘어난 것은 정부 고위직이고 국민의 세금 부담이며, 위축된 것은 민간 경제활동과 성장잠재력이다. 시장 기능에 대한 불신과 정부 조직에 의한 자원 배분 개입, 비대해진 공공부문과 늘어난 세금 부담, 경제 성장이 뒷받침되지 못한 상태에서의 복지와 분배 추구, 이런 정책들이 결국 기업 환경 악화와 기업의 해외 탈출, 성장 잠재력 약화, 일자리 감소와 실업 증가, 경제 장기 침체로 이어졌다. 진보적 정책기조와 영합주의적 경제 운용이 경기 침체와 소득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것은 이미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현 정부는 진보와 개혁의 이름으로 분배와 복지를 강조해 왔다. 문제는 지난 2년간 경제의 침체와 성장잠재력 약화로 인해 오히려 불평등이 심해지고 빈곤 계층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과연 현 정부가 분배와 복지를 추구하는 정부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본디 개혁이란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문제는 현 정부의 개혁이란 것이 사람들을 부지런하고 생산적으로 일하도록 바꾸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적게 일하고 남의 돈으로 편하게 사는 것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가난한 이웃을 돕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소득재분배와 복지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게으르게 만들고, 형평과 국민통합의 이름으로 목소리 큰 이익집단에 영합하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 예로부터 경제정책의 기본은 그것이 금융정책이든 기업정책이든 조세정책이든, 모든 경제 주체들이 게으름 피우지 않고 근면하게 생산적 활동을 하도록 유도 하는 데 있다. 목소리 큰 이익집단들에 정부 돈 나누어주고 재분배의 명분으로 정부 지출을 마구 늘리면서, 모자라는 돈은 세금 더 거두어 메우는 방식의 나라살림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일 하라고 국민세금으로 월급과 관저를 주고 관용차와 비서를 주는 것이 아니다. 한 푼이라도 국민의 세금을 아끼고, 가능하면 세금 더 걷지 않고 정부살림을 꾸리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게으름과 무책임을 부추기고 혼란과 불안을 방치하는 정부는 국민을 곤궁하게 만들 것이고, 국민을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일하도록 만드는 알뜰한 정부는 부강하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 것이다. 우리의 살 길은 아직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생산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 경제의 어려움은 단기적인 경기순환의 과정이 아니다. 한국 경제의 기본이 흔들리고 있다. 현실을 바꾸려면 현실을 알아야 한다. 구호와 선동, 의지와 약속만으로 국민이 잘살게 되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편향된 이념노선과 개혁논리를 버리고, 진정으로 국민을 편안하고 잘살게 해주는 실용주의적이고 전문성이 존중되는 예측 가능한 국정 운영으로 돌아와야 한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11. 1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