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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류의 교과서로 경제 가르치나 - 류동길
	2005-10-26
오류의 교과서로 경제 가르치나 강정구 교수의 발언이 몰고 온 일련의 사태로 나라가 시끄럽다. 민생과 경제는 실종됐다. 많은 국민이 세상 돌아가는 것을 걱정한다. 김수환 추기경까지 나서서 대한민국을 어디로 이끌고 가려는지를 집권층에 묻고 있다. 우리 사회는 어느새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반미(反美)를 외치는 것이 ‘민주’나 ‘애국’으로 치부되는가 하면 ‘시대정신’이라는 모호한 방패를 내세워 보호되기도 한다. ‘만경대정신 이어받아 통일을 이루자’고 했던 바로 그 강 교수가 이번에는 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기회를 앗아간 맥아더를 민족의 원수라고 몰아붙인다. 맥아더 동상철거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반미감정을 확산시켜 다른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다. 동상철거의 상징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보다 훨씬 심각한 것은 청소년들을 잘못 교육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을 잘못하면 엉뚱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양성될 수 있는 게 아닌가. 최근 초·중·고 경제 관련 교과서 114종에서 설명의 오류와 반(反)시장적 내용이 446군데나 된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교과서에 오류가 많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던 터다. ‘노동 공급이 노동 수요보다 크면 임금이 상승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하는 엉터리 설명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는 경쟁만을 중시해 비인간적이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고, 가난은 잘못된 사회제도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는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한다. 가족끼리의 외식(外食) 모임을 자기 가족밖에 생각하지 않는 이기주의적 행동이라고 한다. 기업의 목적은 이익의 사회환원이라고 한다. 기업은 오로지 이윤만을 추구하는 악의 화신처럼 묘사된다.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하는 이런 설명을 하며 학생들을 오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경제질서의 최고원리라고 선언하고 있는데도 그런 헌법 아래에서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는 나쁜 체제라는 걸 주입시키는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산다는 게 경쟁이고 경제활동 또한 경쟁인데 경쟁을 나쁘다고 가르친다. 축구선수에게 골을 넣는 건 상대선수에게 비인간적 행위가 되기 때문에 골을 넣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통일을 바라지 않는 국민은 없다. 그러나 그 통일은 잘살 수 있는 통일이어야 한다. 남과 북은 언어·역사·문화·전통 등에서 같은 민족으로 반만년을 살아왔다. 남북이 갈린 지 반세기가 넘었다. 70년대 초반까지 1인당 국민소득에서 남한을 앞섰던 북한은 현재 90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이제 남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북한의 15배에 이른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는가. 남쪽은 자유시장경제체제를, 북쪽은 폐쇄적인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택한 결과다. 대한민국의 핵심가치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를 부정하는 교육을 시킬 수는 없다.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편향된 이념의 잣대로 현실을 진단하고 국가정체성을 흔드는 사례가 나타난다. 일부 정치지도자들은 이를 민주화에 따른 다원화현상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나타나는 건 편향된 교육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누가 어떤 뜻을 가지고 그런 교과서를 썼을까? 교육부는 교과서 오류를 바로잡으려고 한다지만 부분적으로 수정해서 될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교과서가 아니라면 차라리 가르치지 않는 게 나을 것이다. 학생들을 잘못된 교육에서 구출해야 한다. 우리 모두에게 그런 책무가 있는 것이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10. 26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