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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장관이 물러나야할 이유 - 강훈
	2005-10-17
법무장관이 물러나야할 이유 강정구 교수 문제에 대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대해 김종빈 검찰총장이 사표를 냈다. 지금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중 누가 옳은지를 둘러싸고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언론 등이 편을 갈라 싸우고 있다. 나아가 이 상태를 며칠간 방치하면 국가의 근간인 검찰 조직이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을 염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 되었다. 당연히 사태는 수습되어야 하고, 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로 정부·여당의 과욕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사태의 수습도 과욕을 부린 측에서 잘못을 시인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 건은 강정구 교수가 강의·기고 등을 통하여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한 행동에 관해 처벌을 할 것인지가 문제된 사건이다. 따라서 양심의 자유를 들어 보호될 부분이 아니다. 학문·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제도를 선언한 헌법하에 보장되는 것이므로, 나라의 헌법 자체를 부정하는 행동까지 그 권리 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는 없다. 또 불구속 수사의 원칙 운운하는 것 역시 말이 안 된다. 지금까지 대다수의 일반 형사범에 대하여는 그 원칙을 적용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왜 갑자기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 대부분의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관하여 검찰총장만을 지휘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검찰청법 규정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 검사에 대한 직접적 관여를 금지함으로써 검찰권의 독립을 보호하려는 취지다. 위 규정을 들어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에게 지시하고, 검찰총장은 수사 검사에게 지시함으로써, 어떠한 사건도 장관 마음대로 지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이다. 따라서 위 규정은 검찰총장이 부당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해석해야 하고, 검찰총장이 장관의 지휘를 따르지 않는다고 하여 비난할 수는 없다. 강정구 교수의 범법(犯法) 행위가 인정되고, 통상의 경우 구속수사가 되었을 사안에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은,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당론으로 하고 있는 여당의 중견 정치인 출신 법무부 장관이 국가보안법의 법 집행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법률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 집행 관행을 바꿔보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정당한 법 집행을 가로막은 것으로, 법치주의(法治主義)의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침해한 것이다. 그렇다면 법무부 장관의 무리한 수사 지휘로 검찰의 수사독립권이 훼손된 이상 장관이 사태에 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즉, 법무부 장관의 사퇴가 이루어져야 한다. 장관이 물러나야 앞으로도 수사 지휘가 남용되어 검찰권의 독립이 침해될지 모른다는 검찰 내부의 우려도 불식될 것이다.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다음 정부·여당은 이번 사태로 야기된 국민 분열을 치유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국민 다수는 지금 이번 사태를 정부·여당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한 인사를 보호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고 있다. 그러한 의심은 “강 교수의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으나…” 하는 식의 수사(修辭)로 풀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땅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의 정통성을 가진 정부라는 점과 어떤 경우에도 우리 헌법의 기본인 대의민주주의·자유시장경제·법치주의를 수호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그 전제하에서 통일 방안이나 국가보안법의 개폐도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을 다수의 국민들에게 설득하여야 할 것이다. 강훈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05. 10. 17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