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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영화제 10년의 성과와 과제 - 조희문
	2005-10-17
부산영화제 10년의 성과와 과제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누가 보아도 흥겨운 축제였다. 참가국 수나 작품 편수, 관람객 숫자 등 겉으로 확인할 수 있는 크기는 지금까지의 행사 가운데 최고라고 할 만하다. 주말의 남포동 영화제 광장은 넘치는 관객들로 지나다니기가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각 영화사에서 마련한 홍보 부스에서는 저마다 고객을 유치하느라 갖가지 아이디어로 경쟁했고, 관객들은 영화를 보기 위해 줄을 섰으며, 스타를 좀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몸을 부딪쳤다. 한국영화가 흥행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만큼이나 부산국제영화제는 열기와 흥겨움, 소란으로 가득찼다. 지난 10년의 기간 동안 부산국제영화제는 성공적인 문화행사로 주목받았고, 영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증폭시켰다. 부산을 영화의 도시로 새롭게 부상시켰고, 전국 각지에 영화제 또는 영화를 테마로 한 행사가 열리게 만든 디딤돌 역할을 했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물론 다른 분야에도 중요한 자극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술과 문화산업의 가치에 대한 인식의 변화, 국제적 교류에 미친 영향을 감안하면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은 우리 문화계가 거둔 성공 모델로 꼽기에 모자람이 없다. 부산시와 시민들의 관심과 지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러나 영화제가 지난 10년의 성과를 기반으로 명실상부한 국제영화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신중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경계하며 극복해야 할 대목은 부산국제영화제가 ‘규모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다. 영화제 측이나 언론은 행사 기간에 몇 나라에서 몇 개 작품이 참가했는지를 강조하고, 매표를 시작한지 몇 분 만에 표가 매진됐으며, 연인원 몇 만 명이 영화제를 찾았다는 식의 소식을 중계하듯 전한다. 전해보다 숫자가 조금이라도 줄어들거나 매진 속도가 더디면 영화제가 침체에 빠지는 것처럼 반응하다가, 숫자가 늘면 모든 문제는 없어지고 만사가 순조롭다는 식의 반응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숫자가 성공의 크기를 보장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더 많은 관객을 불러들이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프로그램과 행사가 있어야 한다. ‘아시아 영화의 중심’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와는 다르게 세계 여러 나라들의 영화를 모을 수 밖에 없다. 관객들의 시선을 잡을 수 있는 스타를 초청해야 하고, 관심을 끌 만한 영화들을 편성해야 한다. 관객들의 시선과 열광이 스타와 화제작에 집중할수록 영화제의 성격과 방향은 흔들린다. ‘한국영화 파노라마’ ‘한국영화 회고전’ ‘오픈 시네마’ ‘아시아 영화의 창’ ‘새로운 물결’ ‘특별기획 프로그램’ ‘월드 시네마’ ‘크리틱스 초이스’ 같은 섹션으로 구성하고 있는 것은 더 다양한 구성을 보여주겠다는 취지이겠지만 그럴수록 초점은 모호해진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역동적인 영화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영화제’라는 평가는 듣지만 독자성이나 특성에 대해서는 선뜻 규정하기가 어려운 것은 ‘규모의 성장’이 ‘내용적 안정’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영화가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현상을 우려하는 것은 영화자체가 나빠서라기보다는 독과점으로 인한 다양성의 위축을 주목하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의 폭발적 성장을 반기면서도 마냥 좋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은 몇 편의 흥행작이 시장을 주도하는 과도한 편중현상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영화제 측이나 언론이 부산국제영화제 성공 여부를 흥행 규모에 따라 가늠하는 일을 반복한다면 영화제의 성격이나 방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표류하기 쉽다. 관객은 영화제나 우리 영화를 지탱하는 중요한 후원자이지만 그들의 넘치는 열광과 환호가 영화제를 혼란에 빠트릴 수도 있다. 좋아보일수록 겸손한 성찰은 더욱 필요하다. 조희문 (상명대 교수, 영화평론가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10. 15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