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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노총 지금은 속죄할 때 - 권혁철
	2005-10-13
민노총 지금은 속죄할 때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한다. 이미 강력한 기득권층이 되어 있는 노조, 법과 원칙이 무시되어 그 어떤 제재와 견제도 받지 않는 노조에서 부정부패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노동계의 탈선과 비리가 줄을 잇고 있다. 연초부터 기아차 노조의 ‘취업 장사’를 필두로 항운노조의 ‘채용과 진급 장사’가 세상에 그 치부를 드러냈다. 이어 현대자동차 노조의 채용비리가 나오고 급기야 이남순 전 한국노총 위원장과 권원표 전 부위원장이 건설회사로부터 수억원대의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단위노조부터 산별노조를 거쳐 상급 노조단체까지 온통 비리로 물들어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강승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 위원장 시절부터 민노총 수석부위원장으로 활동해온 최근까지도 검은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강 수석부위원장의 금품수수는 민주노총이 노조 비리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도 계속됐을 뿐만 아니라, 택시사업자단체 등에 본인이 먼저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활동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일반 국민과 근로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매우 유효한 요소였던 노조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다. 노동계의 입지가 흔들리고 국민의 비난여론이 비등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러한 사태에 직면하여 노동계에게는 크게 두 가지의 선택 대안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노조가 말뿐이 아니라 진심으로 반성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고 비리를 차단할 제도적 장치를 확실하게 마련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이고 도덕성을 확보하는 일에 전념하는 길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국민과 근로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둘째는 이번 사태를 반성과 자숙의 기회가 아니라 거꾸로 강경투쟁의 빌미로 이용하는 길이다. 이 방식은 이제까지 노동계의 대응방식이기도 했다.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노동계는 사용자 측과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강력투쟁이라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기아차 노조의 ‘취업 장사’ 비리를 사측의 입사비리로 치부하면서 후진적 노무관리를 혁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든가, 노동조합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탄압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는 식의 주장을 했었다. 그러면서 통일중공업 신임 노조 지도부가 회사와 전임 노조의 합의 사항을 무시한 채 최평규 회장을 집단폭행하는 사건을 저질렀고, 아시아나항공과 현대차의 경우에서 보듯이 파업을 무리하게 강행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노동부 장관 퇴임 투쟁을 하고, 국제노동기구(ILO) 아·태지역 부산총회를 무산시켜 버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두 번째 방식인 강경투쟁을 선택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여러 가지 정황이 초강경 투쟁의 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열린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하반기 투쟁을 마무리한 뒤 내년 1월께 집행부 총사퇴 및 조기선거를 하기로 결정했다. 하반기에는 비정규직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 입법화 저지 투쟁이라는 현안이 놓여 있다. 지도부 총사퇴라는 배수진을 친 현 지도부와 이 지도부가 속한 계파로서는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일부 강경파의 요구를 잠재우는 동시에 내년 1월 새 집행부 선거에서 자기 계파의 승리를 거두기 위해 초강경 투쟁을 통한 선명성 경쟁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진정한 자숙과 반성의 빛이 없이 강경 일변도의 투쟁만 한다면 국민의 불신과 노동계의 고립만 가속화될 뿐이라는 점이다. 이번에야말로 노동계가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권혁철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5. 10. 13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