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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東海’위한 다원외교를 - 김진현
	2002-08-20
‘東海’위한 다원외교를 국제수로기구(IHO)가 ‘해양과 바다의 이름과 경계’라는 해도(海圖)의 최종안을 준비하면서 동해(東海)를 표기분쟁지역으로 보고 관련 국가 간에 협의가 될 때까지 지도상에 공백으로 두겠다는 의사 표시는 극히 미묘한 행동이다. 해양과 바다 명칭의 국제적 표준화의 책임이 있는 기구의 결정으로는 우리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도 있다. IHO는 1929년 일제 강점기에 우리 대표단이 없는 가운데 동해를 일방적으로 일본해로 표준화하여, 지난 70여년간 해도를 비롯한 세계 지도상에서 사용하여 왔다. 늦게나마 지난 8년간 우리 정부의 시정 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하여 IHO가 중간 조치로 일본해 단독표기의 현상파기를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간 우리 정부와 동해연구회 등 관련 학계에서는 IHO뿐만 아니라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세계 주요 언론사, 지도제작사를 방문하여 일본해 표기에 잘못을 지적하고 정확한 동해 표기를 호소하여 왔다. 이미 내셔날지오그래픽사, 랜드맥날리사 등 세계적인 지도 제작사와 브리티시 백과사전, 주요 지리서적 등을 제작하는 출판사가 일본해와 동해 두 이름을 병기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부 주요 지도 제작사들이 이 지역이 바다명칭 분쟁지역임을 인식하고 바다명칭이 없는 지도를 발간하기 시작하였다. 최근 두만강 개발계획을 맡고 있는 UNDP(유엔개발계획)에서 발간한 3종의 동북아 지도는 모두 동해나 일본해라는 이름 없이 발간되었고, 영국의 해도 안내 인덱스 지도에도 바다이름 없는 지도를 내놓고 있다. 아마도 IHO가 이러한 경향을 감안하여 ‘해양과 바다의 한계’ 최종안에 공백으로 된 대안을 선택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IHO는 이미 1974년에 채택한 기술 결의안에서 동해와 같은 경우에 두 이름을 병기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그 원칙을 따르지 않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구실로 지도상에서 일본해를 삭제하고 공란으로 된 최종안을 회원국에 배포한 점에 크게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더군다나 이 문제가 IHO 고유의 문제가 아닌 듯한 태도를 엿보게 하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두 개의 이름을 표기하려는 병기안이 관철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중간조치로 IHO안이 관철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제 ‘해양과 바다의 한계’ 제4판의 최종안이 11월 30일까지 72개 회원국 찬반투표에 의해 결정되게 되어 있다. 앞으로 회원국 찬반투표에서 IHO 최종안이 통과되도록 정부는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겠다. 일본 정부는 이미 IHO 안에 대하여 회원국들에게 반대할 것을 촉구하기로 하였다는 보도가 있다. 만일 IHO 안이 부결되면 ‘일본해’가 21세기에도 정착된다. 이제 범세계적으로 동해 지명에 대한 홍보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오는 26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5년마다 열리는 유엔 지명 표준화 회의와 지명 전문회의도 고위정부대표의 파견이 필요하고 전문가들의 폭넓은 홍보활동이 요망된다. 지난 7월 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러시아 과학원과 한국 동해연구회 공동으로 바다명칭에 대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하여 참가 전문가들이 동해를 면하고 있는 관련국가 간에 새로운 이름의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두 개의 이름을 병기하도록 권장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이 전문가 결의문은 1977년에 통과된 유엔 지명표준화에 대한 결의안과 함께 중요한 것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정부는 유엔 결의안과 블라디보스토크 국제세미나 결의안을 고려하고, 이 해상의 안전한 항해를 위해서도 속히 두 개의 명칭이 병기되도록 노력하고 11월 말까지는 만의 하나 IHO 최종안이 부결되지 않도록 다자외교, 양자외교, 민간외교의 총력을 기울여야겠다. 김진현 (동해연구회 회장 / 시민회의 공동대표) 출처 - 조선일보 2002. 8. 2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