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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 비리 막을 장치 필요하다 - 김태기
	2005-10-10
노조 비리 막을 장치 필요하다 한국의 노동운동이 또 다시 치명타를 맞았다. 며칠 전 민주노총의 수석부위원장이 사용자 측인 택시조합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몇 달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 비리 문제로 구속될 때만 해도 민주노총은 설마 했는데 역시 민주노총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나 기업 등에 대해서는 고도의 도덕성을 요구해온 노동계 자신도 비리와 부패에서 벗어나지 못해 최소한 지켜야 할 윤리마저 지키지 못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름이 상징하듯이 민주화운동을 계기로 급성장했다. 정치·경제·사회 제 분야에 대해서 진보적인 입장을 내걸며 한국노총과 차별화를 꾀했고 동시에 노동운동의 이념성을 강조해 왔다. 정부나 기업을 향해 연대투쟁 등을 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였으며, 민주노동당 조직의 주된 기반이 되는 등 정치활동도 펼쳤다. 잇달아 터지고 있는 조합간부의 비리를 개인적 비리로 치부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일이다. 구조적인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몇 달 전 노조의 채용비리사건이 터졌을 때 민주노총은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면서 도덕성 제고를 약속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 약속은 무색해졌다. 비리의 저변에는, 노동운동은 투쟁적이어야만 하고 반면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해서 기업이나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야겠다는 노동계의 모순된 생각이 깔려 있다. 이러한 분위기 탓에 조합간부는 회사의 약점과 잘못을 개인적인 잇속을 차리기 위해 활용하고, 사용자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 금품 등을 제공하는 부도덕한 담합이 이뤄지기 쉽다. 위기에 처해 있는 한국의 노동운동이 살 길은 내부의 적부터 물리치는 것이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많은 사람들의 노동운동에 대한 기대는 실망을 넘어 분노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이 등을 돌리면 노동조합은 다른 어떤 결사체보다 폐쇄성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노동운동의 회생도 기대하기 힘들다. 노동조합의 내부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하루라도 서둘러 단행해야 할 절체절명(絶體絶命)의 과제이다. 우선, 노동계는 국민들로부터 의혹을 받고 있는 부패와 비리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조합간부가 부당하게 사용자의 약점을 이용해 편의와 금품을 받거나 생각이 다른 조합원을 억압하는 등 비윤리적 행동을 하는 경우 이것을 처리해주는 고충처리센터를 범 노동조합, 즉 노총 차원에서 설치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서 스스로 조합간부의 비윤리적 행동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고 그러한 간부는 징계해 썩은 살을 도려내는 노력부터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노동계는 조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조합비를 비롯하여 회사로부터 지원받는 각종 편의는 물론이고, 조합원을 위한 복리사업이나 조합간부의 활동 비용 등 노동조합이 지출한 비용 등을 공개하며 외부로부터 검증을 받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위원장의 선거가 금품선거가 되지 않도록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공정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자들은 선거활동에 지출한 비용을 공개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노동계는 조합의 자주성을 높일 수 있는 관행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노동조합에 상근하는 간부의 급여는 회사가 아니라 조합원이 부담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의 노동운동가들이 한국의 노동운동에 대해서 가장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조합간부가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으면 어용노조가 되기 십상이다. 또 회사로부터 지원을 받으면서 회사를 향해 투쟁을 한다면 조합간부는 표리부동(表裏不同)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10. 10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