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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나간 대북정책의 후유증 - 홍진표
	2005-10-07
빗나간 대북정책의 후유증 “차라리 북한보다 못하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장기수 추가 북송 방침을 밝힌 후 터져 나온 납북자 가족들의 절규다. 8만여명의 6·25납북자, 생존이 확인된 국군포로 540여명, 전후 납북자 480명의 가족들은 배신감에 떨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0년 63명의 장기수를 북송하면서 이 문제의 종결을 선언했지만, 정 장관이 뒤집어 버린 것이다. 전향을 철회하면서까지 북한으로 가겠다는 30여명의 장기수와 북한 정권의 요구는 관철되고, 부모의 생사조차 알 길 없는 납북자 가족들의 가슴에는 또 다시 대못이 박히게 됐다. 정 장관은 ‘인도주의·인권·인간적 도리 차원’을 내세우고 있지만,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아우슈비츠 수용소인 북한에 장기수들을 보내는 것은 그 자체가 반(反) 인권정책이다. 민간 대표단의 북한 노동당 창건 60돌(10.10) 기념행사 참가를 허용할지 여부에 대한 통일부의 검토도 큰 논란이 되었다. 북한이 돌연 초청을 취소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북한의 요구라면 들어주지 못해 안달하는 듯한 정부의 속내는 드러나고 말았다. 포용과 관용을 모토로 삼는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미 절제나 조절의 기능을 상실하고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OK’라는 집착의 덫에 걸린 듯하다. 정부의 공공연하고 무한한 대북 서비스 정신을 모를 리 없는 북한 정권은 투정과 협박으로 원하는 것을 너무나 쉽게 손에 넣고 있다. 이른바 중도 실용의 정신으로 출발한 햇볕정책이 북한 정권의 의미 있는 변화를 끌어내기는커녕, 김정일의 폭압통치를 지원해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귀결되는 배경에서는 정권 주도세력들의 관념주의, 무능력, 정략적 발상 등이 발견된다. ‘달래고 도와주면 김정일은 순치된다’는 하나의 가설을 현실에서의 검증을 통한 교정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둔 채 불변의 법칙으로 고집하고 있는 것이 관념주의요 독선이다. 그리고 북한 정권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나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한 우려조차도 수구 냉전으로 몰아 표를 얻으려는 것은 정략주의다. 지난 정권 이후 추진된 햇볕정책은 한국에 있는 ‘김정일의 친구들’에게도 양지를 제공해 주고 있다. 대법원에서 이적단체로 판결된 친북 단체의 간부들이 당당하게 평양을 드나들고, 이른바 남북공동행사라는 이름이 붙는 반미친북 집회에 국민의 세금이 지원되고 있다. 체제 선전극 ‘아리랑’ 공연을 보기 위해 전공노와 전교조 소속 공무원들도 단체로 평양을 찾고 있다. “제국주의 양키군대를 한 놈도 남김없이 섬멸하자.” “사령부를 목숨으로 끝까지 수호하자.” 지난 5월말 전북 모처에서 300여명의 친북단체 회원들이 ‘빨치산’추모제를 벌이면서 외친 구호들이다. 미국의 개입으로 북한 주도의 통일이 좌절된 것을 역사의 불행이라고 한탄하는 강정구 교수는 이들에 비하면 차라리 점잖은 셈이다. 현 정권도 시대착오적인 김정일 맹종 세력이 유쾌하지만은 않겠지만, 김정일에게 더 다가가려고 하면서 그 친구들을 홀대하긴 어려울 것이며, 그 결과 정권과 친김정일 집단이 한 배를 탄 형국이다. “만성방광염으로 입원한 사람들이 몇 있었다. 집단체조 연습을 하면서 너무 오줌을 참아서 방광염에 걸린 것이다.” 탈북자의 이런 증언처럼 지금 평양에서 벌어지는 아리랑 공연은 외화벌이를 위해 어린아이들의 피땀을 쥐어짜는 지구상 최대의 집단 아동학대극이다. 상당수 남한 관람객은 기립박수를 보내고, “북한 예술계가 보여 줄 수 있는 성과의 최대치”라는 격찬까지 나오고 있다. 빗나간 대북정책이 결국 양심과 도덕을 마비시키는 마약이 되어 버린 셈이다.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집행위원장 / 시민회의 정책실장) 출처 - 문화일보 2005. 10. 7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