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국가경쟁력 발목잡는 勞政갈등 - 류동길
	2005-09-30
국가경쟁력 발목잡는 勞政갈등 강을 건너야 하는 쥐는 수영을 할 줄 몰라 개구리에게 도움을 청했다. 개구리는 쥐를 죽일 작정을 하고 쥐와 서로 다리를 묶은 뒤 강 한가운데서 잠수하기 시작했다. 쥐는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독수리가 그때 쥐를 낚아챘다. 쥐와 함께 묶여 있던 개구리도 물려가 독수리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 노사간, 노정간의 갈등을 보며 생각나는 이솝우화의 한 토막이다. 힘을 합해도 국제경쟁에 버티기 어려운데 서로 딴 생각을 하고 갈등을 일으키고 있으니 안타까운 것이다. 지난 27일 이해찬 국무총리는 김대환 노동부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양대 노총 위원장과 ‘노-정 간담회’를 가졌지만 상호 입장 차이만 다시 확인했다. 그러나 노-정이 주요 현안을 제외한 양극화 문제 등 사회적 의제를 다룰 ‘사회통합위원회’ 구성 방안에는 의견 일치를 보아 대화의 여지를 남겨 뒀다. 노-정이 마땅히 다루어야 할 주요 현안을 뒤로 돌리면서, 또 노동계가 노사정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위원회를 외면하면서 새로운 위원회를 만들어 무엇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인지 알기 힘든다. 먹고 사는 문제처럼 중요한 게 없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언론사 경제부장들과의 오찬모임에서 ‘경제 올인 론(論)’은 “교묘한 정치논리이고 무책임한 선동정치의 표본”이라고 했다. 경제에 모든 걸 걸겠다고 해도 부족한 상황인데도, 더욱이 경제 ‘올인’은 노 대통령 스스로 여러 차례 공언했는데도 말이다. 이제는 경제를 챙기라고 하면 정치공세로 치부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노동계는 제 갈 길만 가겠다고 한다. 노동장관 퇴진하라는 억지 주장도 거두지 않고 있다. 장관퇴진운동을 통해 노동부를 노동계의 이익을 챙겨주는 곳으로 만들어 무리한 요구를 하려는 것은 아닌가. 비정규직 문제만 해도 노동계가 정규직의 기득권을 조금도 내놓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꼬이고 있지 않은가. 노동자의 권익은 마땅히 신장돼야 한다. 그러나 법 테두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 우리나라 어느 법에도, 국민 누구도 노동계에 치외법권(治外法權)적 지위를 부여하지 않았다. 대기업 노조는 이미 권력화돼 있고 법 테두리를 뛰어넘는 사례도 많았다. 그들이 알아야 할 일은 그들의 높은 임금은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협력 중소기업체 근로자의 몫을 앗아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노조는 1950년 이후 단 한차례의 파업도 하지 않았다. 당기순익은 매년 1조엔 이상이었지만 노사는 보다 많은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고 인식, 노조는 지난 4년간 기본급을 동결하는 데 합의했다. 그렇지 않으면 도요타자동차는 세계 일류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노동계의 무리한 정치투쟁과 집단이기주의에 지쳐 있다. 그런 판에 서울노총과 민주당이 2002년 대선 때 야합한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그 야합은 노조의 정치참여를 허용한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해서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국민은 노동계 상급단체 간부의 비리와 대기업 노조의 취업장사 비리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이나 책임있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 아닌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노사관계 적대성 수준은 세계경쟁력 비교 평가국 60개국 가운데 60위를 차지했다. 참담한 일이다. 세계 각국은 기업의 기(氣)살리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의 권익은 투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기업과 경제가 활기를 찾아야 신장되는 것이다. 기업 투자의 부진, 고용 및 노동시장의 변화 등으로 일자리 부족 현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노-정, 노-사가 갈등을 풀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으면 ‘함께 망한 개구리와 쥐’처럼 경쟁국에 먹히는 신세가 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9. 30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