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정치게임 접고 경제살리기 전념하라 - 안재욱
	2005-09-21
정치게임 접고 경제살리기 전념하라 추석 연휴 고향에서 들은 민심은 흉흉했다. “정말 먹고 살기 힘들다.” “장사가 너무 안 된다.” “세금이 너무 많이 올라 앞으로 걱정이다.” “이렇게 살기 힘든데 무슨 연정타령이냐?” “정치 얘기는 꺼내지도 마라.” 지역구를 방문하고 돌아 온 국회의원들이 전하는 민심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당의 관심은 경제 문제보다는 연정론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사실 이렇게 우리의 민생과 경제가 멍든 것은 말로만 민생과 경제살리기를 외치면서 정쟁에만 몰두해 온 결과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장기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2003년 3.1%, 2004년 4%의 경제성장률로 동아시아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고, 올해 역시 3~4%로 전망된다. 올해 2분기 실질국민소득(GNI) 증가율도 전년 동기 대비 0%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다. 게다가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이 연평균 6.1%에서 4.6%로 떨어졌다. 실업률은 감소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한 사람이 날로 늘어 15만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정부 일각에서는 주가도 상승하고, 6자회담도 잘됐고, 부동산 투기도 잡혀 가고 있으니, 앞으로 경기가 회복돼 나아질 것이라고 낙관론을 펴고 있는 것 같다. 경제의 펀더멘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가 오르는 것은 오히려 경계해야 할 일이다. 최근의 주가 상승은 시중에 넘치는 부동자금의 영향이 크다. 강도 높은 억제 정책으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었고, 기업의 투자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달리 투자할 곳이 없는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6자회담은 공동합의문을 채택했지만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북핵 성명 발표 하루 만에 6자회담의 최대 쟁점이었던 ‘북한의 핵포기’와 ‘경수로 제공’의 선후 문제에 미국과 북한 간에 이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 역시 8·31조치로 부동산 가격이 지금은 떨어지고 있지만, 세금 공세에 의한 수요 억제 탓에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잡힐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경기회복을 낙관하기 어려운 것은 경기회복의 열쇠인 기업 경영 환경이 열악하다는 사실이다. 세계은행과 국제금융공사(IFC)가 지난 13일 발표한 ‘2006 기업환경보고서’에서 한국은 뉴질랜드(1위), 싱가포르(2위), 홍콩(7위) 등 아시아·태평양 주요국들에 훨씬 못 미치는 27위였다. 태국(20위), 말레시아(21)보다 못하다. 창업 여건은 97위로 파키스탄이나 몽골, 베트남보다 낮다. 고용과 해고 등의 노동유연성은 105위로 그야말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정부는 세금을 더 걷겠다고 한다. 재정적자가 심해지자 국민의 세금으로 이를 메우겠다며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 국무회의에서 소주와 위스키 등 증류주 세율을 72%에서 90%로 인상하는 주세법 개정안과 액화천연가스(LNG) 특소세를 kg당 40원에서 60원으로 인상하는 특별소비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조세 부담의 증가로 국민의 허리가 휠 지경이다. 조세 부담은 국민연금, 건강·고용보험 등 준조세까지 합치면 1인당 400만원이 넘어가게 된다. 조세 부담 증가로 소비가 더욱 위축될 것이다. 국민을 잘살고 편안하게 해 주면 국민의 마음은 돌아온다. 이제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게임을 그만두고 국민경제 살리기에 전념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경제를 살려 국민을 잘살고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길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금까지 취해온 반(反)시장적인 것과 반대의 길을 가면 된다.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줄이고, 정부의 기구와 지출을 줄이고, 국민들의 재산권을 확실히 보장하면 된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9. 21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