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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 증원 거론할 때인가 - 윤종빈
	2005-09-13
국회의원 증원 거론할 때인가 여당 정치권에서 비례대표 41석 증원을 통해 국회의원 정수를 34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권력 통째 포기’ ‘임기 단축’ ‘2선 후퇴’ 등의 발언과 함께 추진된 대통령의 ‘연정론’이 영수회담 이후 후퇴했고, 선거제도 개편이 여권의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다시 제기되는 형국이다. 선거제도 개편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기대하는 한국정치 전반의 지역구조·문화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한지에 대한 결론은 ‘예스(yes)’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의 일반화는 두 가지 치명적인 결함을 피할 수 없다. 먼저, 여권이 선호하는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로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독일식 비례제 혹은 지역구 의원이 없는 벨기에·네덜란드 등 유럽식 비례제가 특정 정당이 지역별로 (배타적으로) 의석을 독점하는 구도를 완화하는 제도적 수단이 될 수 있다. 또 하나, 보다 근본적인 한계로 제도의 변화가 지역준거적 의식과 행태의 개선으로 자동적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선거제도 개혁이 지역주의 완화에 부분적으로 기여하는 건 사실이지만, 근본적인 치유책이라는 주장은 매우 위험한 선동에 불과하다. 소선거구제 243개 의석은 그대로 유지한 채 비례제 의석만을 늘리려는 시도는 정치권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속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한나라당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이지만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현역의원들의 동의가 가능한지 의구심이 든다. 진정으로 기득권을 포기하는 모습은 지역구 의원을 43명 줄이고 그만큼 비례대표를 늘려 200 대 99, 총 299명인 현행 의원 정수를 유지하는 것이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그토록 선거제도 개혁을 외쳤지만 그 결과는 비례대표 10석 증가와 지역구 16석 증가라는 초라한 성적만을 남겼다. 의원정수 증가에 대한 여론조사는 실시할 필요도 없다. 국회의 낮은 생산성에 실망한 나머지 국민의 다수는 원치 않고 있다. 17대 국회가 초선의원 187명으로 60대 이상 연령이 16.2% 줄었고, 대학원 이상 학력 소지자가 22.5% 늘어 생산성 향상을 기대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17대 국회 1년 간의 성적은 출석률 및 입법 발의 건수 등 양적 측면에서는 개선됐지만 내용적으로는 오히려 퇴보했다고들 평가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본회의 출석률과 안건투표율은 비례하지 못했고, 본회의 처리 안건 가운데 절반도 참여하지 않은 의원이 무려 10%에 달했다. 법안 발의 건수는 무려 3배 이상 늘었지만, 본회의에서 통과된 가결률은 15%를 넘지 못해 16대 국회의 평균 가결률에 훨씬 미치지 못했고, 정부 발의 법안의 가결률에 비해서도 여전히 뒤진다. 즉, 출석 도장찍기에 급급하고, 법안의 알맹이는 비어 있으며, 독창성 없는 법안을 대거 쏟아내고 있는 것이 우리 국회의 현주소다. 또한, 국정감사·대정부질문·예산심의 등 국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은 대부분 정치적 공세의 시간으로 변질돼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으로 한국정치 전반의 지역구도 타파를 단숨에 완성하려는 조급증은 버려야 한다. 2002년 대선 이후 세대 및 이념을 중심으로 한 정책대결 구도가 지역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사회균열 구조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17대 총선의 정당투표에서 열린우리당은 전국적으로 22% 이상을, 민노당은 10% 이상을 득표하여 전국정당으로 변했다. 한국정치의 과제는 정책적으로 차별적인 정당체계, 정책 갈등 해결을 주도하는 의회정치 활성화이다. 지역구조와 문화는 급진적·단선적인 방법보다는 점진적·다차원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치유책이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9. 13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