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바른사회 칼럼
 |
국민의 '알 권리'와 포퓰리즘 - 남승희 | |
|---|---|---|
 |
2005-08-22 | |
 |
test_img02.jpg  |
|
| 국민의 '알 권리'와 포퓰리즘 옛 안기부의 불법 도청테이프인 이른바 ‘X파일’을 둘러싸고 국민의 ‘알 권리’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언론은 전직 국정원 직원들의 말을 전하기에 바쁘고, 전직 정보원들은 국정원의 내부 관행이나 업무 내용을 거리낌없이 털어놓고 있다. 국가 정보기관의 내부가 이렇게까지 공개돼도 되는지, 적대국이나 경쟁국들에 오히려 이익을 주는 것은 아닌지 아찔하고 불안하다. 영화 ‘007’ 시리즈를 보면 정보원들 끼리도 서로 이름 대신 암호명을 사용한다. 영화의 극적인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보기관의 특수성 때문이다. 국가 이익과 안보를 위한 정보기관의 근본적인 작동 기반은 ‘비밀’이다. 수집된 정보는 물론 정보 요원의 신분까지도 철저히 비밀이 유지돼야 한다. ‘X파일’ 사건의 핵심은, 국정원이 정치적 목적으로 불법 도청 활동을 했다는 사실과 비밀 보장의 원칙을 지키기로 선서한 전직 정보요원들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정보 수집 활동과 내용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국가 정보기관의 직원이 국가 안보와 관계없는 ‘정치 사찰’을 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보요원의 비밀 누설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불법 도청사건의 핵심이 국민의 알 권리라는 여론에 떼밀려 변질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특별법이니 특검법이니 하면서 테이프 내용 공개를 전제로 한 위헌적 법안을 만들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가 충족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공시 의무가 법으로 명시돼야만 한다. 불법으로 취득한 정보의 국가 공시 의무 자체가 성립될 수 없음에도 여론이라는 세몰이를 통해 불법을 합법으로 가장하고,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포퓰리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국가 정보기관의 정치사찰 금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로 국가정보원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국정원 해체론, 국내 정보 분야 폐지론, 국내외 정보업무 기능 분리론까지 나오고 있어 우려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草家三間)마저 다 태워서야 되겠는가? 국가의 정보기관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무책임한 포퓰리즘적 주장은 삼가야 한다. 국내 정보 분야를 폐지한다면, 안보위협 요소인 테러·마약 등 국내외 범죄 조직이 연계된 국제범죄들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가 있겠는가? 오히려 국내외와 북한 등 모든 분야의 정보를 종합하여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종합적 시스템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해외 정보기관들은 활동 영역을 국내외를 망라한 사회 전 분야로 확대함으로써 총체적 국가 안보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분리 운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토안보부를 신설했다. 국내외 정보업무 기능을 분리하는 경우에도 정보기관의 속성상 기관 간 효과적인 공조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고, 정보 왜곡 현상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국제 테러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북한 핵 문제나 이라크전쟁 등 복합적인 안보 위험 상황에 처해 있다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상당 기간 국가 정보의 공백이 초래될 염려도 있다. 국정원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치권이나 청와대가 국정원의 정치사찰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 이를 위해 불법 도청으로 얻은 녹음 테이프 등은 폐기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불법 도청의 유혹을 물리치는 방법이다. 그리고 역사의 진실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밝혀야 한다. 덧붙여 국가 이익과 안보에 대한 윤리의식이 투철한 정예 요원들을 양성하기 위한 자질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공(公)과 사(私)도 구분하지 못하는 요원들이 있다면 정보기관은 나라의 이익과 안보를 책임질 수 없고, 국민은 다리를 뻗고 생업에 종사할 수 없을 것이다. 남승희 (명지전문대 교수·교육학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8. 20 포럼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