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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업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을 - 권혁철
	2005-08-10
항공업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의 파업이 지난달 17일 이후 20일을 넘기면서 오늘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노사는 8일 새벽까지 막판협상을 벌였지만 핵심 쟁점 사항에서 팽팽히 맞서 결국 타결을 보지 못한 채 갈라섰다. 여기에 막판 변수로 8일 오후 노동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벌이기로 한 협상조차 노조가 거부함으로써 노사 간 자율협상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 파업사태가 정부의 자율타결 시한을 넘기며 계속되자, 정부는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긴급조정권 발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긴급조정이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쟁의행위 규모가 크고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쳐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노동부 장관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을 들어 발동할 수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30일간 파업이 금지되고, 이 기간 중 노사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까지 긴급조정권은 1969년 한진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와 1993년 현대차 파업 등 단 두 차례만 발동됐을 정도로 정부 스스로 사용하기를 꺼리는 일종의 ‘극약처방’인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누적 손실액은 아시아나 항공 2010억원, 화물운송업체 여행사 수출업체 등 관련 업계 1520억원 등 총 3530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결항으로 불편을 겪은 여행자 수는 45만여명, 수송차질 화물은 3만8000여t으로 집계됐다. 특히 항공운송 화물의 적체와 관련업체들의 신인도 하락에 따른 수출 주력 품목인 정보기술 제품의 수출 차질은 큰 문제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난 속에서 그나마 희소식이 되었던 것은 정보기술 제품의 하반기 수출 호조에 대한 기대였다. 파업 장기화로 비노조원들의 피로가 누적된 상태라서 그나마 유지되던 비상근무체제도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이로 인한 운항 안전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파업이 더 지속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날 공산이 크다.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노조의 명분 없는 파업도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고려에 일조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문제가 되고 있는 13개 핵심 쟁점 사항을 보면 사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조종사 자격심의위원회와 관련해 조합원 징계 시 2명의 의결권을 보장할 것 등 사측의 인사권과 경영권을 침해하는 무리한 조건을 내세우면서 파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고유가와 중저가 공세를 펼 제3 민항의 등장 등 항공업계의 급격한 지각변동과 경영 여건의 악화를 노사가 제대로 인식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한마음으로 나아가도 부족할 마당에 각종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깨는 장기파업 사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사가 왜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정부의 개입을 초래하는 사태까지 가게 하는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노사 간 자율협상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의 장기파업 사태는 이미 그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된다. 자율협상이 불가능하며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극심하다는 판단이 섰다면 정부는 더 이상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신속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아울러 이번 파업사태에서도 파악되었듯이 항공운수사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차제에 항공운수사업을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여 파업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권혁철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5. 8. 1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