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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파일' 처리, 법치주의에 따르라 - 김성기
	2005-07-28
'X파일' 처리, 법치주의에 따르라 요즘 언론 매체들은 경쟁적으로 과거 국가 최고권력기관이 만들었다는 이른바 ‘X파일’에 관해 보도하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거기에 나타나 있다는 대선 자금 제공설에 관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데 이처럼 언론 매체와 시민단체에서는 열을 올리고 있음에도 일반 국민은 한마디로 시큰둥하다. 과거 우리 사회의 권력자에 의한 권력 남용의 악습과 일부 재벌 기업에 의한 정경유착의 폐습을 우리 국민이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국민의 생각과는 달리 정치권과 일부 언론, 시민단체는 X파일에 나타난 언급(그 내용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만을 근거로 대선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모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X파일의 생성 과정과 그것에 대한 법률적 평가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분명 문제가 있다. 국가 권력기관이 불법적으로 도청한 녹음 테이프를 증거로 수사를 개시하고 처벌하는 것이 법치주의에 적합한지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다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이상한 일이다. 우리 헌법이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듯이 국가 권력은 국민의 것이지만 국민은 선거라는 행위를 통해 특정인, 특정 정당에 대해 일정 기간 국가 권력을 맡긴다. 집권자, 집권 정당은 원래 국민이 가지고 있어야 할 국가 권력을 일시 위탁받은 데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그 집권자가 위탁받은 국가 권력을 남용하여 오히려 국민을 비밀리에 감시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민을 몰래 감시하는 동안에 알게 된 사정을 근거로 국민을 처벌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생각하면 정말 몸서리를 칠 일이 아닌가? 기가 막히게도 과거 정권이 불법 도청이라는 방식으로 가장 힘이 센 국가기관을 시켜 지속적으로 국민 감시를 해 왔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심지어 군부독재와 권위주의를 청산한다고 말하던 정권까지도 이런 일을 거침없이 해 왔다니 배신감을 감출 수 없다. 어쨌든 문제는 이렇게 생각하면 비교적 명료해진다. 불법 도청한 자료를 근거로 국민을 수사하고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을 허용할 경우, 국민들은 누가·언제·어떻게 당할지 알 수 없는 불안함에서 하루도 헤어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반 기업정서가 상당히 폭 넓게 퍼져 있다. 게다가 이번 X파일에서 문제가 된 재벌기업에 대해서는 적대의식마저 느끼고 있는 국민도 있을 것이다. 또한, 반 기업정서나 적대의식에서는 아니더라도 재벌기업이라는 이유로, 재벌기업에 종사하는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법을 어긴 행위에서 자유롭다면 이것은 일반 국민과의 형평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하는 국민도 있을 듯하다. 당연히, 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들먹여 문제가 된 기업인들에 대해서만은 X파일을 증거로 수사나 처벌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는 법을 어긴 자는 누구든 예외 없이 법에 의한 수사를 받고 처벌을 받아야 하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인치(人治) 아닌 법치(法治)국가의 실현을 위해서도 주저없이 동의해야 할 명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법치주의는 어떤 경우에든 ‘절차의 적법성’ 보장이 그 핵심이라는 점이다. 국민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는 데도 그 처벌의 증거를 찾는 과정에서의 적법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절차의 적법성’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너무도 당연한 논리이다. 여기에 반 기업정서라든지 특정 재벌기업에 대한 적대감 따위를 끼워넣어 초점을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 문제의 재벌기업이 저지른 잘못이나 그 기업인들의 범법행위가 있다면 불법 도청이라는 방법으로 수집된 증거가 아닌 다른 증거, 즉 정당하고 적법한 방법으로 수집된 증거를 내세워 수사를 개시해야 한다. 그 결과 허물이 발견되면 상응한 처벌을 하면 되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한다. 이것이 법치주의의 실현이고 정의라고 믿기 때문이다. 김성기 (법무법인 신우 대표변호사 / 시민회의 공동대표) 출처 - 문화일보 2005. 7. 28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