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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동일금리 시대의 정책과제 - 이종훈
	2005-07-04
한·미 동일금리 시대의 정책과제 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이론의 상식으로는, 부자인 선진국은 돈이 많아서 금리가 싸고 가난한 후진국은 돈이 부족해서 항상 금리가 높기 마련이다. 선진국이 돈이 많은 것은 국제경쟁력이 강해 무역수지를 흑자로 만들기 때문이며, 반대로 후진국은 국제경쟁력이 약해서 항상 무역수지의 적자를 면치 못해 돈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돈의 흐름은 당연히 금리가 낮은 선진국에서 금리가 높은 후진국으로 투자와 차관 형식으로 움직이는 것이 국제 자본이동의 상식인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세계 경제는 이러한 상식적인 경제논리와는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인 미국이 국제경쟁력이 약해서 6000억달러가 넘는 엄청난 무역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재정적자마저 쌓여 1조달러의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데 문제가 있으며 고금리정책도 이와 관계가 있다. 미국은 엄청난 쌍둥이 적자로 인플레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세계 경제도 미국이 밖으로 퍼내는 엄청난 달러로 인플레에 휘말리고 있으며 그 여파로 국제 원유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동북아시아의 한·중·일·대만 등의 연간 대미 무역흑자가 무려 2700억달러에 달할 뿐만 아니라 이들 4개국의 외환 보유액만도 2조달러가 넘는다. 그런데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연방기금 금리를 연 3.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상함으로써 한·미간 기준금리의 역전이 곧 눈앞에 벌어질 것만 같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금리 인상 성명을 발표하면서 에너지 가격의 상승에도 미국의 경제 확장은 굳건하며 노동시장도 개선되고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만이 금리 인상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미국이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쌍둥이 적자를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무역과 재정을 흑자로 만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본수지의 흑자로 메워 나가는 전략의 일환으로 금리를 올렸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쌍둥이 적자로 미국을 탈출한 달러를 다시 미국으로 끌어모을 수 있는 방법은 미국의 돈 값을 높이는 금리 인상이 제격인 것이다. 그 단적인 예가 미국과 일본 간의 무역수지와 자본수지의 절묘한 균형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미국이 한 수 아래인 일본보다도 오히려 금리가 10배 이상 높다는 것을 경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미국은 금리를 높이고 환율을 낮추어 달러값을 높임으로써 돈을 빨아들이는 전략인 반면에 일본은 금리를 내리고 환율을 높여 무역흑자로 달러를 벌어들이는 전략으로 서로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다시 기준금리를 높임으로써 이제 한·미 간에도 한국의 무역흑자와 미국의 자본흑자와의 갈등과 균형 전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한·미 간에 신용평가의 등급이 다르고 경제력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도 금리 수준이 같게 된 것은 미국이 자본흑자를 만들기 위해 고금리정책을 편 결과라는 점에서 이를 주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금리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국내 경제의 활성화와 서민생활의 안정 그리고 환율과 무역흑자를 생각할 때 지금 금리를 올릴 때는 아니다. 그렇다고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정책에 순응하지 않는다면 국내의 자본이 빠져나가 주가와 물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반면 미국 정책에 편승하여 금리를 올린다면 부동산 가격 폭등을 다소 잠재울 수는 있지만 경제 회복을 위한 경제 시스템을 뒤틀리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미국의 고금리정책에 편승하기보다는 한국 경제의 안정과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일시적으로는 불리하더라도 한국 경제의 논리에 충실한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이종훈 (중앙대 명예교수, 시민사회포럼 회장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7. 4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