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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得보다 失많은 공공기관 이전 - 류동길
	2005-06-13
得보다 失많은 공공기관 이전 공장을 어디에 세우고 학교는 어디에 지을 것이며 음식점은 어디에 낼 것인가? 맥주공장이나 콜라공장은 제품의 수송비와 판로 등을 고려하여 소비자가 많은 도시 근처에 세운다. 제철소는 원료 구입과 이에 따르는 수송비 등을 따져서 주로 항구에 입지(立地)한다. 서점이나 백화점은 물론 구멍가게도 사람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 위치한다. 입지 선택을 잘못하면 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이든 관공서든 학교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곳을 선택한다. 177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계획이 진행중이지만 이런 효율을 따지기는커녕 어떤 기관은 한 데 묶어 배급품처럼 지역별로 적당히 배분하려 한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명분은 국토 균형발전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흩어놓는다고 국토 균형발전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이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공공기관은 각각 고유의 기능이 있기 때문에 그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는 곳에 자리잡는다. 그래야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전할 지역의 인프라 여건도 중요하다. 그런데 마치 맥주공장을 산촌에, 백화점을 농촌에다 세우려고 하는 것과 같이 공공기관 이전 문제를 다룬다. 공공기관을 지역별로 배분하는 것은 정치적 흥정에 따라 지역간 나눠먹기나 다름없다. 경영 효율은 고려 밖이다. 이전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어떤 기관을 어디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논의조차 안 한다.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경영 개선이 가장 필요한 곳의 하나로 꼽히는 곳이 공공기관인데도 효율을 따지려고 하지 않는다. 각 지자체의 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은 지역의 분위기에 휩쓸려 공공기관 유치에 그들의 정치생명을 걸고 있다. 그래서 공공기관 중에서도 유력기관을 유치하려고 경쟁을 벌인다. 이전 대상 지역이 확정되는 경우 만족하는 지역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고 대부분의 지역은 불만을 가질 게 뻔하다. 좋은 기관을 유치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에 뺏겼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북이나 충남을 보라. 지자체의 청사를 지역 내에 이전하는 것도 논의만 무성했지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177개 기관을 옮기겠다는 건 부작용만 양산하는 무리(無理)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어떤 기관이든 어떤 지역사업이든 효율이 중요하다. 특히 공기업의 경우도 사기업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내는 것이 목적이다. 이익을 내려면 효율을 따져야한다. 효율을 무시한 지역사업은 엄청난 자원 낭비를 초래한다. 지역을 위해 좋은 사업이라는 명분에 사로잡혀 일을 그르친 대구의 ‘밀라노 프로젝트’는 중단될 위기에 몰렸다. 대구를 세계적인 패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이 사업은 사업 타당성 및 재원 조달 방안 미흡이라는 감사원의 판정이 났기 때문이다. 지역특화사업은 의욕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민간기업이든 공기업이든 또 어떤 기관이든 어디에 자리 잡을 것인지는 스스로 선택할 일이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자체의 장들이 무턱대고 ‘공장 하나 지어 주십시오’ 한다면서 공장 짓는 게 자선사업이냐고 되묻는다. 공공기관 이전 역시 지역에 선심 쓰는 자선사업일 수도, 정치적 흥정의 대상일 수도 없다. 더욱이 정부가 지자체로부터 신청을 받아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옮겨갈 필요가 있다면 옮겨갈 기관이 결정해야 옳다. 그런데 그들은 아예 말이 없다. 순리(順理)를 비웃는 무리와 몰상식이 지배하면 나라는 거덜난다. 지금은 각 지역이 좋은 공공기관 유치경쟁이나 벌일 때가 아니다. 경제는 내리막인데 국가경쟁력에는 관심도 없다. 나라 안에서 땅뺏기 싸움해서 땅덩이가 넓어지는 게 아니듯이 공공기관을 지역별로 흩어놓는다고 나라가 튼튼해지는 게 아니지 않은가?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6. 13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