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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사법개혁, 軍의 특수성 고려해야 - 제성호
2005-06-07
軍사법개혁, 軍의 특수성 고려해야 최근 전군(全軍)의 주요 지휘관과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의 간부들이 대통령 직속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추진중인 군(軍) 사법개혁에 대해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사개추위가 군 사법제도 개혁을 일방적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하는 데 대한 군 수뇌부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휘명령체계 무력화 우려 오늘의 민주화시대에 있어서 군도 개혁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안 그래도 군 내부에서 발생하는 비리 및 사고가 은폐되고 비법률적으로 처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비판이 있어온 터였다. 하지만 군대가 일반사회와 같을 수는 없다. 군은 평시에 전쟁에 대비해 훈련하는 집단이며,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무장력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군은 군기(軍紀)를 생명으로 하며, 또 사기(士氣)를 먹고 사는 유기체적 존재이다. 이것이 군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구성하는 핵심적 요소이며, 군인의 군인다움을 만드는 질료가 된다. 따라서 군 사법제도 개혁은 장병의 기본권은 그것대로 신장해 나가면서 군의 지휘명령 체계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 방향에서 추진해야 한다. 현재까지 군 사법제도 개혁을 둘러싼 논란은 대략 서너 가지로 집약된다. 우선, 지금과 같이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계속 존치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독일처럼 평시에 군사법원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 나라도 있지만, 우리의 안보상황(휴전)과 군의 특수성·전문성을 고려할 때 군사법원을 유지하되, 항소심 이상을 민간법원으로 하여금 담당케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전시에는 예외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군지휘체계로부터 독립된 군검찰청을 신설해 국방부 소속으로 할 것인가 하는 이른바 군검찰제도의 개혁 문제이다. 여기에다 군검찰이 사건수사와 관련해 헌병과 기무부대를 지휘할 수 있게 하며, 인권담당 법무관이 지휘관의 징계를 심사·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이같은 사개추위의 개혁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지휘권이 사실상 무력화돼 지휘관은 권한은 없고 책임만 지는 사람이 된다는 비판이 있다. 징계권 행사의 적부심사가 최종적으로 법무장교의 몫이 됨으로써 지휘관이 인사·상벌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지휘관의 사기 저하는 물론, 부대 운영에 심대한 장애를 초래할 게 분명하다. 더욱이 검찰관이 헌병과 기무부대를 지휘할 경우 사실상 군의 최고 권력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됨으로써 빈번한 하극상마저 우려된다. 수사를 명목으로 군검찰이 수시로 지휘관을 오라가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군은 검찰관이 지휘관(관할관)의 참모조직으로 편성돼 있는 현행 제도의 존속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이게 어렵다면 차라리 군검찰을 폐지하고 전적으로 일반 검찰의 문민통제를 받자고 하는 목소리도 최근 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것이 군의 정서이다. 또 하나, 심판관제도와 관할관의 확인조치권(감경권)의 개혁 문제이다. 현재 군판사가 아닌 일반 장교들이 군사재판에 참여하는 심판관 제도와 형이 과중하다고 판단되면 지휘관이 형을 감경해주는 관할관 확인 제도를 ‘평시’에는 폐지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러나 ‘평시 완전 폐지’보다는 피고인의 계급이나 범죄의 성질(순정 군사범)을 고려한 예외나 제한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밖에 장병의 기본권 개선 차원에서 국선변호인제 도입, 구금시설의 개선이 논의되고 있으나, 크게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지는 않다. 관할관 확인제도 골격 유지를 요컨대, 군 사법개혁은 전쟁대비 조직으로서의 특수성, 실효적인 지휘권 행사 및 전투력 증강을 보장하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공청회, 지휘관들과의 대화 등을 통해 군의 입장을 충분하게 듣고 수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에 소수 엘리트주의와 밀실주의는 곤란하다. 부디 호국보훈의 달 6월에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일은 절대 없기를 바란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법학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6. 5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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