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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경 편성으론 경기회복 어렵다 - 안재욱
	2005-05-30
추경 편성으론 경기회복 어렵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보면 마치 사막에서 신기루를 쫓아 헤매는 방랑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저금리를 유지하고 재정을 조기 집행하여 지난 4월말까지 올 예산 195조원의 39.8%인 77조5000억원을 풀었다. 그러나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7%에 불과했다. 이것을 전분기 대비 기준으로 바꾸면 1.6%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정부가 지난해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33개 사업에 쏟아부은 돈이 5643억원이다. 그런데 지난 4월 청년실업률은 7.8%로 1년 전보다 오히려 0.2%포인트 증가했다. 이러한 성적표에 충격을 받은 정부는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하반기의 종합투자계획을 통해 투자와 고용을 활성화시킬 것이며, 필요하다면 추경까지 고려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또 돈을 풀어서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것이다. 추경을 편성하려면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국채를 발행하면 국가의 채무가 증가하고 국민부담이 그만큼 더 증가하게 된다. 작년 말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6.1%로 203조1000억원이었고, 국민 1인당 부담은 423만1000원으로 2003년에 비하여 각각 22.6%와 22.4%가 늘었다. 비록 국민의 부담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돈을 풀어서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지금 우리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진 것은 돈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지금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만도 66조원으로 사상 최대다. 그러나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5% 안팎에 불과하다. 이것은 일본 기업들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 동안 정부는 경제 활동을 억누르는 각종 정책을 남발했다. 외국계 펀드에 대한 일제 세무조사를 실시했으며,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낡은 개념에 사로잡혀 기업 환경을 악화시키는 공정거래법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세제를 강화하고 신규 주택에 대한 분양가 및 재건축을 규제하는 등 강도 높은 부동산 억제정책을 썼다. 1860년대 영국은 배의 선장들과 계약을 맺어 많은 죄수를 호주로 이송했다. 호주로 이송되는 죄수들의 생존율은 40%에 불과했다. 영국의 인권단체, 교회, 그리고 정부기관들은 도덕적 견지에서 죄수들을 인간적으로 잘 다루어 생존율을 높여 달라고 선장들에게 호소했다. 그러나 아무리 호소해도 생존율은 40%를 넘지 못했다. 에드윈 채드윅(Edwin Chadwick)이라는 경제학자가, 선장들의 유인을 변화시킬 것을 제안했다. 출발할 때의 죄수 수에 따라 지급하지 말고 호주에 도착했을 때의 죄수 수에 따라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이후 생존율이 즉각 98%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것은 선장들의 도덕심이 갑자기 높아져서가 아니라 선장들이 정원만을 태우고 죄수들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하고 위생 시설을 잘 갖췄기 때문이다. 경제는 이렇게 움직인다. 우격다짐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돈을 퍼붓거나 정부와 공기업에 억지로 일자리를 늘린다고 해서 경기가 살아나고 실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필자는 이 ‘포럼’ 난을 통해서 몇 차례 우리나라의 경제가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 그 길을 가지 않는 한 우리나라 경제는 결코 살아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창업과 관련된 수많은 규제와 출자총액제한과 같은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하고, 전투적인 노조 활동을 자제해야 하며,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영국 선장들의 인센티브가 바뀌어 죄수의 생존율이 높아졌던 것처럼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해져서 우리나라의 경기가 살아나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돈을 들이지도 않고,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지도 않으며 할 수 있는 일이다. 오아시스에 이르는 길을 가리켜 주었는데도 애써 외면하고 신기루를 쫓는다면 신기루는 계속 멀어져 갈 뿐이며 돌아오는 것은 죽음과 같은 고통뿐이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5. 30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