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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 大選 준비할 때인가 - 박효종
	2005-05-25
한나라 大選 준비할 때인가 지금 한나라당은 지난달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하고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박근혜 대표의 놀라운 대중성이 확인됐는가 하면 탄핵 후폭풍의 여진에서 비로소 벗어난 모습이다. 그동안 야당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서 안팎에서 터져나오는 많은 비난에 실의에 젖기도 했던 만큼 감개무량해할 만도 하다. 그동안 위기에 내몰렸던 당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라도 이번 승리는 반드시 필요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승리에 대한 비아냥도 받을 만큼 받았다. ‘재보선에 강한 당’이라느니, ‘전투에서는 이기고 전쟁에서는 지는 당’이라는 냉소적 평가도 있었다. 또 “한나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잘못해서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라는 뼈아픈 지적도 나왔다. 물론 이 세상의 어떤 쓴 말도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보약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런 말들에 상심하기보다는 경청하는 자세와 지혜가 필요하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 모든 당 안팎의 평가에서는 ‘꿈’보다는 ‘해몽’의 의미가 크다는 사실 말이다. 한나라당은 수많은 ‘해몽’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안정감을 되찾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꿈’의 진정한 의미를 판독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뭐니뭐니 해도 이 시점에서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은 한나라당이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는 점일 것이다. 문제는 무엇이 목표가 되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일단 한나라당이 조준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분명해 보인다. 두 번에 걸친 대선 패배를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그 목표를 쉽게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의 당연한 목표는 권력을 잡는 데 있다. 특히 한국에서의 대선은 승자가 모든 걸 독식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대선 승리가 목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나라당은 ‘승리에 목마른 당’이다. 하지만 조준에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정조준’이고 또 하나는 ‘오조준’이다. 화살을 쏘건, 사격을 하건 과녁을 맞히려 할 경우 ‘정조준’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조준’이 과녁을 빗나가게 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오조준’은 언제 하는가. 바람이 너무 세게 부는 바로 그때다. ‘행복의 역설’이라는 현상이 있다. 처음부터 행복을 ‘정조준’하여 추구하면 행복이 오지 않고 오히려 불행이 오는 경우를 말한다. 너무 심심해서 행복감을 느끼려고 마약을 먹게 되면 그 끝은 불행이 아닌가. 또 ‘부자 되기’ 열풍이 우리 사회에서 불고 있지만, 정작 돈을 버는 사람은 자나깨나 “돈돈돈” 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일에 미칠 만큼 헌신하고 몰두할 때 돈은 더불어 따라오는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대선을 위한 준비를 할 때가 아니다. 그보다는 ‘오조준’을 하고 야당으로서의 정상적인 모습을 보일 때다. 지금처럼 국회의원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의원 입법에 열의를 갖고 시민들이 가려워하는 일들의 대안을 내놓는 노력을 하면, 바로 그것이 수권정당으로 발돋움하는 셈이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을 잡는 데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얻는 일 외에 왕도는 없다. 그 밖에 한나라당이 해야 할 또 한 가지가 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고 또 비전이 다르더라도 대의 앞에 뭉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때 뭉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꿈은 이루어진다’는 열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때 한나라당은 뭉칠 수 있고 변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책임 있는 수권정당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 환골탈태하고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사람도 많지만, 딱히 그런 것은 아니다. 변화란 점진적인 것이지 벼락공부하듯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이 나라를 이끌어 나갈 동량들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아질 때 한나라당은 정말로 변한 것이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 / 시민회의 공동대표) 출처 - 한국일보 2005. 5. 2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