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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기업이 노조 개혁 나설 때 - 남성일
	2005-05-23
정부·기업이 노조 개혁 나설 때 계속 터져나오는 노동조합의 부패에 대한 세간의 여론은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 기업의 부도덕성을 규탄해온 노동조합들이 취업이나 사업을 미끼로 검은 돈을 받은 사실에 놀라며 그 이중성에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십수년간의 노동운동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이 같은 타락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며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흔히들 ‘귀족노조’라고 하지만 한국의 노조는 엄밀히 말해서 ‘권력노조’라 해야 옳다. 노동조합의 본질을 벗어난 정치권력형 노조는 태생적으로 부패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으며, 그간의 과정은 이런 노조 활동이 정치권의 옹호 및 기업의 책임 회피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부패에 이르는 교과서적 사례를 보여준다. 노동조합은 본래 고용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부당한 위협에 대비한 방어적 조직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노동운동을 사회변혁 운동으로 생각하는 노조 지도자들의 정치지향성으로 인해 정치적 권력 획득을 위한 공격집단으로 변질되었다. 노조는 근로환경 개선보다는 기업의 비리나 지배구조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면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방식을 취했다. 아울러 “노동탄압 중지하라”는 식의 비명 지르기 전략으로 공권력을 무력화시키면서 힘을 확장했다. 정치권은 노조를 우호세력으로 만들려는 계산에 따라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고 정부와 기업에 압력을 가하는 일도 있었다. 정부는 스스로 정당한 법 집행을 포기하거나 때로는 기업을 제치고 해결사 역할을 자임하기도 했다. 기업은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급한 불을 끄고 보자는 식의 단기적 대응으로 경영권을 스스로 내주는 잘못을 저질러왔다. 이런 풍토에서 노조의 힘은 비약적으로 신장되었고 이젠 최고 통치자에게도 서슴없이 칼을 겨누는 권력집단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누리는 권력을 행사해서 몰래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택시노조의 비리는 기금 운용상의 비리이므로 피해가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기아자동차 노조의 취업장사는 그 피해가 국민경제 전체에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대기업 노조들은 강한 독점력을 행사해 임금을 높이고 철밥통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고임금과 정규직 보호의 경직성 때문에 기업은 신규채용을 꺼리게 된 반면 청년들은 고임금의 대기업으로만 몰리는 상황이 되었다. 이렇게 노조 스스로 취업문을 좁게 만들어 놓고 그 문턱에 앉아 돈받고 입장시키는 형국이 된다면 그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나라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는 노조가 근본적인 자기개혁을 하기를 바라지만 그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오히려 새로운 이슈를 들고 투쟁의 깃발을 듦으로써 환부를 가리려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이라도 먼저 바뀌어야 한다. 부패가 더 진행되지 않도록 온도와 습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는 무엇보다 정당한 법 집행을 신속하게 해야 한다. 파업을 빌미로 한 조업 방해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 주저없이 단속해야 한다. 또 각종 노조 지원금을 중단하고 노조 활동에 대한 감독장치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기업은 당당하게 노조를 대해야 한다. GS칼텍스 사례처럼 최고경영자가 노사문제를 직접 챙기는 책임의식과 일관성을 보임으로써 조합원들이 불합리한 노조 지도부보다 회사를 따르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 사회 다수는 노동조합이 이대로 침몰하기보다는 근로자의 건강한 대변자이면서 기업경쟁력의 동반자로서 거듭 나기를 바라고 있다. 노·사·정 당사자들이 각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봐야 할 때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05. 5. 21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