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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총장 직선제 폐해 많다 - 류동길
	2005-05-19
대학총장 직선제 폐해 많다 서울대가 국·공립대 총장의 간선제를 골자로 하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거부하고 나섰다. 서울대 교수들이 차기 총장을 직선제로 뽑기로 결정함으로써 교육부와의 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총장 선출 문제는 서울대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모든 대학에 관련돼 있다. 교육 당국은 학생 선발권을 빼앗는 등 대학을 통제 대상으로 보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해 온 터라 대학과 교육 당국 간의 갈등은 그 뿌리가 깊다. 80년대 후반, 총장 직선제는 시대적 상황에 편승하여 대부분의 대학에 도입됐다. 그 제도의 장단점은 따질 겨를이 없었고 그럴 분위기도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점이 나타났다. 총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연줄을 찾거나 안면을 익히고 관리하는 교수가 생겨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자. 선거 과정에서 파벌 조성은 물론 상호비방·금품거래설 등 혼탁 양상도 나타났다. 선거 후에는 능력과 관계없이 논공행상(論功行賞) 식으로 보직이 배정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교내 정치바람으로 연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교수들의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에는 대학 교수와 직원 등 절반 이상이 직선제를 찬성하는 경우 해당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총장 선거 진행을 위탁하도록 하는 규정도 들어 있다. 선거 잡음을 없애겠다는 발상이다. 총장선거 과정에서 잡음을 일으키는 대학 사회도 한심하지만, 더 한심한 것은 정부 당국이 대학총장 선거를 선관위를 통해 관리하겠다는 발상이다. 선거 과정의 잡음만 없애면 문제가 풀리는가? 그렇지 않다. 진짜 문제는 직선제로는 대학을 개혁하고 변화시킬 인물을 총장으로 뽑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데 있다. 더욱이, 대학 밖에서 유능한 총장을 영입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총장이 일을 잘 하면 몇 번이고 연임하는 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직선제로 뽑힌 총장 가운데 연임하는 경우는 없다. 유능하지 않아서라기보다 총장 하겠다고 대기중인 교수들이 많은데 연임을 누가 반기겠는가? 잭 웰치 GE 회장은 수십년 동안 자리를 지켰고,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내년 1월까지 19년간 자리를 지키게 된다. 출중한 능력 때문이다. 하버드대 총장 5명의 평균 재임 연수는 21년, 직선으로 뽑히는 서울대의 최근 총장 5명의 평균 임기는 2.6년에 불과했다는 숫자는 무엇을 말하는가? 대학총장은 자기 대학의 교수일 필요도, 대학교수 신분일 필요도 없다. 유능한 학자라야 유능한 총장이 되는 것도 아니다. 총장은 교수들에게 인기 있는 인물보다는 미래를 보는 눈과 대학 경영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어야 한다. 대학발전기금 조성을 위해 전화통에 매달리고 동분서주(東奔西走)하는 총장이라야 대학을 살린다. 그게 오늘 우리가 맞고 있는 현실이자 과제다. 축구 대표팀 감독을 축구선수들이 직접 뽑는다고 하자. 선거 과정만 공정하다고 유능한 세계적 감독을 뽑을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대학총장 직선제에 문제가 있지만 교육부가 모든 대학의 총장 선출 방법을 정해주겠다는 발상은 옳지 않다. 각 대학은 선진국 명문 대학의 경우에서 보듯이 총장추천위원회(search committee)를 구성해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최선의 대안이다. 위원회는 교수와 동문회, 지역사회와 정부 등 관련 부문 대표들로 구성하면 된다. 헨리 로좁스키 전 하버드대 문리대학장 등 6명의 세계적 대학행정 전문가들이 2001년 서울대를 사례로 집중 연구한 ‘초일류 대학의 조건’ 보고서의 결론은 이렇다.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성장하려면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는 등 경영 구조를 바꾸고 ‘최고경영자(CEO)형 총장’을 만들어라.”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5. 19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