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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확 바뀌어야 한다 - 김태기
2005-05-13
노조 확 바뀌어야 한다 노동운동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대형 노동조합의 비리 사건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기아자동차노조의 채용비리 사건이 엊그제 같은데, 이번엔 현대자동차노조가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여기에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의 간부가 조합원들의 복지기금 운용 비리에 연루됐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지 20년이 다 되어 간다. 선진국의 노조는 전반적으로 퇴조하는 추세이지만 한국은 양상이 다르다. 통계상으로는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노조에 가입하는 근로자의 비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노조의 힘은 여전하다. 경제적 약자의 생존권 투쟁이란 측면이 부각되면서 노조 활동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일종의 성역으로 대접 받아왔다. 이 바람에 거대화한 노조는 외부의 견제와 감시를 상대적으로 덜 받았고, 노조의 자정 기능도 부지불식간에 퇴화했다. 반면 노조의 힘은 ‘노동권력’이라고 할 만큼 커져 기업 경영은 물론 정부 정책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대형 노조는 단체교섭을 통해서 권익을 키워왔다. 동시에 기업 차원에서는 경영 참여,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차원에서는 정책 참여를 통해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기업의 인사는 물론 투자에 대해서도 관여하게 되었다. 또 노동계 대표는 노동정책은 물론 경제사회정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있다. 그 결과, 노조가 기업권력, 지방권력, 정부권력을 나누어 가지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노조의 채용 비리나 기금운용 비리 등은 노조가 부당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해도 기업이나 정부가 들어주게 되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노조가 경영과 정책에 참여하기 위해서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점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노조가 견제받지 않는 권한을 행사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제대로 지지 않아도 된다면 비리가 생기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며, 비리가 발생하기 않기를 바라는 것은 헛된 기대에 불과하다. 노조는 조직의 운영 방식은 물론 단체교섭, 경영·정책 참여 등에 관한 기존의 관행을 노동조합의 눈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의 눈으로 다시 보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존 관행이 혹시라도 조합원들의 이익보다 노조 간부의 권력을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노조는 별 뜻 없이 무심결에 했으며 과거부터 그랬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일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다면 그것은 특권이며 언젠가 비리의 나락에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조는 자신들이 가진 권한과 자원을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직 내부는 물론 외부의 견제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대형 노조는 재정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것을 누가 어떻게 운용하느냐는 것만으로도 이권이 될 정도다. 따라서 대형 노조는 우선 재정 운용 등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고 감사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선진국의 노조는 조합 간부의 활동과 급여는 물론이고 출장시 그 일정과 비용까지 낱낱이 공개하고 있다. 노조가 당면한 과제는 혁신이다. 다른 과제들은 일단 접어둔다는 각오로 내부 혁신에 매달려야 할 것이다. 노조 활동에 대한 불신부터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노조가 혁신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노조를 대표하는 위원장은 물론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국장까지 운동가들이 맡는 구조에서는 편가르기나 과열선거로 인한 부작용을 피할 수 없고, 노조 간부가 전문성을 축적하기도 어렵다. 노동운동을 이해하지만 일반 사람들의 눈으로 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전문적인 지식으로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실무를 맡도록 해야 한다. 자본가와 경영자의 분리처럼 노조도 운동가와 관리자의 분리가 필요하다. 이 점도 선진국의 노동운동이 주는 교훈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세계일보 2005. 5. 13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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