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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核위기 '최악 상황' 대비를 - 남주홍
2005-05-11
北核위기 '최악 상황' 대비를 북핵위기가 이제 거의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6자회담 무용론이 제기되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이 조만간 핵실험을 단행할지 모른다는 경보를 일제히 내고 있는가 하면, 북측은 한술 더 떠 “핵실험은 불가피하며 이제 곧 알게 될 것”이라고까지 공언하고 있다. 중국측 표현대로 전혀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무슨일이 벌어질 것인가? 옛 소련이 “변경을 지키려면 변경을 확대시킬 수밖에 없다”는 전통적인 팽창정책을 쓴 적이 있는데 지금 북한이 이를 강소국(强小國) 논리화하여 핵문제의 임계질량(critical mass)을 극대화한 형국이다. 애초 공세적 방어 개념에서 일종의 고슴도치전략으로 들고 나온 핵카드가 어느덧 미국과 정면승부를 겨루는 셈이 되어버렸다. 물론 이 게임에서 북한이 결코 이길 수는 없다. 미국이 북핵을 좌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1차 핵위기(1994) 때와는 달리 이번 위기는 북한이 아예 핵무장을 선언하고 핵실험단계까지 금지선(Red Line)을 확대해 버렸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 북한 스스로 위기관리 한계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우리가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북한은 이미 6개 이상의 핵무기를 갖고 있으며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경고한 것은 이의 단적인 증명이다. 따라서 지금은 막연히 ‘6월 위기설’을 논할 때가 아니라 이미 위기의 한가운데로 우리가 들어섰다는 점을 분명히 자각할 때이다. 즉, 북한의 핵실험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의 핵무장이 이제 기정사실로 굳어졌다는 철저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애초부터 북한은 6자회담을 핵무장을 기정사실화해가는 하나의 ‘장기적 전투’ 과정으로 간주했다. 그래서 협상단계마다 끊임없이 호전적 발언과 도발적 행동을 반복해 온 것이다. ‘자위적 핵 억제력’ 보유, ‘핵무장 선언’, 폐연료봉 추출, 그리고 최근의 미사일 발사 등이 이를 입증한다. 그간 여러차례 지적했듯이 북한은 전략적으로 파키스탄 모델을 따르고 있다. 일단 핵무장을 하고 보자는 것이다. “남조선을 인질로 붙잡고 있는 한 미제는 절대로 전쟁을 못한다”고 자신해서인지, 지난번 평양에서 장관급회담 때 핵 문제를 거론하자 오히려 “남조선이 큰 환난(患難)을 당할지 알라”고 우리에게 위협을 했다. 그리고 이제는 아예 저들의 ‘핵우산’ 때문에 전쟁이 억제되고 있다고 호언장담까지 한다. 결론은 자명하다. 당장 북한 지도부에 대해 핵문제에 관한 한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대로 가면 결국 남북관계도 깨지고 한·미동맹도 와해될지 모른다. 이 정부가 지난 정부에 이어 핵위기마저 대북 햇볕정책 방식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북측엔 할말 못하면서 미국에만 얼굴을 붉히려는 이른바 ‘내재적’접근 식의 햇볕정책으로 인한 지난 7여년간 안보·통일정책상의 극심한 혼선은 이제 북핵무장으로 대가를 충분히 치렀다. 한마디로 햇볕정책은 북한을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하게 만들었다. 설사 6자회담이 재개된다 해도 협상 타결 가능성은 지극히 낮고 또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늦었다. 미국과 일본 등 서방국들은 점차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측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여건에서는 우발적 사건이나 돌발사고 가능성도 높기 마련이다. 원래 누적된 감정과 불신은 늘 예측 불허의 행위를 수반해온 것이 국제정치 역사이다. 우리에게 호국보훈의 달 6월은 북한에도 ‘뜻깊은’ 달이다. 15일은 ‘민족공조’를 확고히한 6·15공동선언의 날이고, 25일은 ‘민족해방전쟁’ 기념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간은 과연 누구 편인가? 한가지 분명한 것은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지난 50여년간 불안하게 유지돼 온 휴전체제와 북한체제가 동시에 ‘핵분열’될 가능성도 그만큼 더 커진다는 점이다. 정부와 국민 모두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이다. 남주홍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5. 11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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