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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를 학생 중심으로 재구조화해야 - 남승희
	2005-05-10
학교를 학생 중심으로 재구조화해야 학교는 사랑하는 우리 아들 딸들이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보내고, 미래를 준비하고 꿈을 끼워가며, 인간을 배우고 삶을 익혀가는 곳이다. 동시에 그들을 건강하고 유능하며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민주시민으로 길러내는 곳이다. 이런 학교가 사건사고의 현장처럼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 지면을 장식한다. 피 말리는 점수경쟁과 열악한 교육환경은 물론이고 폭력, 급식, 촌지, 인권, 차별 등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우리 사회가 꿈꾸고 갖고 싶어 하는 학교는 어떤 모습인가? 우리는 왜 아직 그런 학교를 갖지 못하는 것인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이런 질문과 문제제기가 진부하게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학교모습을 재구조화하지 않고는 우리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학교경쟁력이 바로 국가경쟁력이기 때문이다. 학교를 재구조화하기 위해서 학교에 대한 본질적인 논의부터 시작하자. 우선 학교 급별 역할과 기능을 구분하고 이에 충실한 교육체제를 재정립해야 한다. 학교가 급별로 차별화되지 않고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를 하나의 틀로 묶어 두는 형태라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교육 기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양한 특성과 자질 함양을 위한 교육을 기대하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초등교육은 장래를 위한 준비교육이며 일반교육과 기초교육 그리고 보통교육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민주시민의 기본교육이다. 신체적ㆍ정신적ㆍ사회적ㆍ정서적ㆍ지적 균형발달을 통해 아동의 전인적 성장을 기하는 교육목표를 가진 통합교육이다. 따라서 초등교육은 모든 지역에서 가능한 한 균등한 형태의 학교가 필요하다. 반면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교육은 다양화ㆍ특성화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 중등교육은 기초적인 전문교육이고 특히 고등학교는 대학, 즉 정밀한 일반교양교육과 고도의 학문 연구 및 전문직업에 필요한 지식ㆍ기능을 전수하는 고등교육의 직전 단계다. 특성과 자질 면에서도 개인의 차이가 뚜렷해지는 시기다. 다양한 형태의 학교나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으로 이를 준비할 수 있게 하는 체제라야 한다. 2,000여개의 고등학교가 일반계와 실업계로 나누어져 있지만 개인의 특성이나 자질을 반영해서 구분되는 것이 아니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 학교가 있기는 하지만 종류나 수가 충분하지 않다. 6개의 자립형 사립학교나 18개의 대안학교 등이 있으나 다양한 교육적 욕구를 반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 많은 다양한 형태와 특수목적을 가진 고등학교가 설립돼 학교 선택의 폭이 넓어져야 한다. 다음으로 학교 구성원 간의 역학관계를 보자. 학생을 중심에 두고 학생의 뒤에는 친권자인 학부모가 있고, 교사와 학교당국 그리고 정부가 삼각 구도를 형성해 학생을 둘러싸고 있다. 그렇다면 학생의 학교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교사일 것이다. 교사는 사회나 학부모에게 교사의 전문성과 인격을 믿어달라고 하지만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교원정책의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 교원의 질 관리 체제는 양성과 임용, 연수와 평가 그리고 승진 제도와 연관돼 있다. 현행의 교사 양성과 임용체제에는 교육현장과 유리된 교육과정 운영으로 예비교사의 현장적응력을 배양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필기시험 위주의 선발방식으로 교사에게 필요한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교사 양성기관을 재정비하고 이를 전문화ㆍ특성화하며, 교사 선발방법을 지필고사의 비중을 축소하고 면접 및 수업실기 능력 평가 비중을 확대하여 교직에 대한 적성과 교직관 그리고 교육관 평가를 강화하는 등 교육현장 적응력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교사 양성기관의 과감한 구조조정도 뒤따라야 한다. 교사 양성ㆍ임용체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교원 연수ㆍ평가ㆍ승진체제다. 1급 정교사 자격 취득 후 최근 3년 간 한 번도 연수를 받지 않은 교사의 비율이 20.7%에 이를 정도로 1급 정교사의 필수 연수과정은 부재하다. 또 이론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연수 이수 이후 자질함양이나 현장 적용도가 미약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교사의 직무연수는 교직 생애에 걸친 지속적인 연수를 이수함으로써 전문성을 신장시킬 수 있어야 하고, 자격연수는 각 자격별로 요구되는 기본역량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자율연수는 수요자 중심으로 기회를 확대하고 경비를 지원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교사는 체계적인 교육ㆍ훈련 프로그램 연수를 통해 자질과 능력을 지속적으로 개발ㆍ향상하고 이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근무성적평정제도(근평)는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들이 끊이지 않는다. 25년으로 돼 있는 교육경력 평정기간을 축소해서 능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 학습지도 영역의 평정을 객관적인 도구를 활용해 평가하고 결과를 근평에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 학습지도 및 생활지도 영역의 평정 점수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 동료교사에 의한 다면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 등이다. 또 ‘자기실적평가서’를 ‘교육활동기술서’로 개편하자는 의견, 교사의 수업 및 학생지도에 대한 자율적 평가를 권장하자는 의견, 모든 교원의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원평가제도롤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 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교원평가제도는 올해 48개교의 시범운영을 실시한 후 문제점을 보완하여 전국적으로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현장에 업무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평가제도의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며 학생의 평가참여는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학교 관리자이자 운영자인 교장ㆍ교감 승진제도도 개선돼야 한다. 교장의 지도력이 학교교육의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교장의 지도력 여하에 따라 학교 풍토가 결정되고, 학교의 발전이나 새로운 교육프로그램 도입ㆍ개발 등에도 교장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단위학교의 자율 운영체제가 정착되기 위해서 교장의 역량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최고의 능력과 자질을 갖춘 교장 선발을 위한 교장 승진ㆍ임용제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행의 승진제도는 감독자 중심의 근무성정평정에 대한 불신이 높아 평가제도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공정성 시비가 거론되고 객관성이 부족하며 평가자와 피평가자의 상호 협의과정이 없어서 평가결과를 불신하는 점도 문제다. 당연히 교장 임용 과정에서 자질 적합성을 검증하는 데 미흡하고, 학교구성원의 참여 제한으로 관료주의 행정 풍토가 조성되며, 교원들이 승진에 집착하는 교직 풍토도 이 제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부정적 측면도 지적된다. 따라서 교장의 자질 적합성에 대한 실질적인 검증 절차를 강화하고, 교장임용제도를 다양화해서 현행의 승진제도를 개선ㆍ보완해야 한다. 교장직을 자격제로 할 것인가 보직제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문제는 어떤 내실 있는 선발과정과 연수과정을 통해 자질이 보증되는 인사에게 자격을 부여할 것인가? 이다. 교장 임기에 대한 형식적 제약도 철폐하고 장기적으로는 직무수행 능력에 따라 재직기간을 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모제나 초빙제 등 다양한 교장 임용제를 확대ㆍ도입하고 문호를 개방해 역량 있는 인재를 발탁하는 시도를 점진적ㆍ단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경력교사는 물론 유능한 젊은 교사도 임용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교원정책이 재정비된다고 하더라도 학교의 지원체제 정비 없이는 교육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학교를 지원하는 교육행정체제를 효율화해야 한다. 이는 교육행정과 교육재정의 효율적 시행과 확보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동시에 교육의 획일화와 타성화를 다양화와 자율화로 바꾸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행정자치와 교육자치의 행정체제를 어떤 방법으로든 통합 또는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도교육청 예산의 90% 가까이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전입되는데 교육청은 지방자치단체를 빼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교육자치와 행정자치의 업무중복으로 인한 비효율성도 문제다. 교육청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교육과 학예에 관한 사무를 위임받고 있는데 교육청에서 정해진 예산ㆍ결산안과 조례안 등은 심의 권한만을 지닌 교육위원회와 심의ㆍ의결권한을 가진 지방자치의회 두 곳을 중복해 거치도록 돼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지방자치단체장은 교육에 대해 기여할 수 없는 체제라는 점이다. 학교 부지를 확보하거나 교육환경이나 급식문제, 청소년 지도나 복지업무 등을 개선하는데 교육자치와 행정자치의 유기적 협조와 연대가 안 된다. 이것은 지방교육의 역량을 분산하는 결과를 초래해 지방정부의 협력 동기를 무력화하고 주민의 교육 요구나 지역특성 반영을 어렵게 한다. 물론 교육자치와 행정자치의 통합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교육자치의 후퇴와 교육 전문성ㆍ중립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행정의 효율적 체제정비 없이는 지방교육에 대한 종합적 접근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통합 방안으로 집행기구 즉 단체장을 통합하는 방안 또는 교육위원회와 지방자치의회의 분과위원회의 통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교육감 선출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행의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의 선거인단 구성으로는 주민대표성이 결여되고 학교가 정치화되며 교직사회가 분열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또 금품살포나 이권약속 후보자 간 담합사례가 끊이지 않는 등 선거부정 사례가 꼬리를 문다. 교육감이 구속되는 현실에서 교육계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렵고 교육의 수월성 확보도 물 건너간 얘기다. 교육감을 주민직선으로 선출하되 교육감은 지방선거와 동시선거로 선출하고 교육감 피선거권은 주민직선제에 맞게 자격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이 힘을 얻고 있다. 선거기간과 선거운동 방법도 확대해 주민들이 후보자를 검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자료를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주민들이 유능하고 책임 있는 교육감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은 교육발전은 곧 지역발전이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은 교원 이기주의, 학부모 이기주의, 정부부처 이기주의를 뛰어넘어 학생 중심주의에 기초한 본질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고 교사나 학부모 그리고 교육당국 또한 그러하다. 교사는 인격과 전문성으로 학생에게 최선을 다하고, 학교당국은 교사를 신뢰하고, 정부당국은 교사와 학교를 지원해서 교사ㆍ학교ㆍ정부당국 간의 튼실한 삼각 체제가 형성돼 유기적으로 협력할 때 우리가 갖고 싶어 하는 학교를 갖게 될 것이다. 남승희 (명지전문대 교수 / 바른교육권실천행동 공동대표) 출처 - 자유공론 2005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