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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사화합의 성공사례를 보면서 - 김태기
	2005-05-03
노사화합의 성공사례를 보면서 노사분규는 CNN 등 외국 방송이 한국 소식을 전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골 뉴스다. 이 바람에 한국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고, 외국 소비자는 우리 제품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품기 쉽다. 심지어 외국 경쟁 업체들은 한국 기업은 노사분규에 시달리고 있어 제품을 제대로 만들 수 없고, 납품도 제때에 할 수 없다고 악의적으로 선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엑슨모빌사가 해상정유설비를 2개월반이나 앞당겨 생산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현대중공업에 100억원 상당의 사례금을 주었다고 한다. 엑슨모빌사는 현대중공업에 설비를 발주할 때 공사기간의 이행, 품질 보장, 공사 현장의 무사고 등 3가지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이러한 조건은 현대중공업이 노사분규 때문에 공사기간이 늦어지고, 품질이 부실해지며, 산업재해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신과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조선산업은 특성상 다른 업종에 비해 노동 의존도가 높으며, 노동 강도와 난이도 역시 만만치 않다. 그만큼 노사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짙어 노사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지 못하면 곧바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중공업이 엑슨모빌사로부터 사례금까지 받을 수 있었던 저력은 마땅히 노사관계에서 먼저 찾아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이 투쟁에만 골몰해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협조하지 않았다면 현대중공업은 기대하지도 않았던 사례금이란 ‘보너스’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현대중공업 노사관계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번 사례에서 희망을 느낄지 모른다. 사실 현대중공업은 한국 노동운동의 종가(宗家)라고 일컬어졌고, 다른 노동조합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정도로 투쟁성이 강한 사업장이었다. 1987년 봇물처럼 터져 나왔던 노동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 위에 벌였던 농성과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던 경찰의 대규모 해산작전은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구태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이제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지향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를 선택한 노조의 결단과 사용자의 협력 때문에 가능했다. 현대중공업이 전투적 노사관계에서 협력적 노사관계로 전환하면서 기업 경쟁력도 강해지고 있다. 근로자들의 자부심 역시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은, 도크가 아닌 육지에서 대형 선박을 건조, 바로 진수시키는 깜짝 놀랄 기술력까지 선보인 바 있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용접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로봇도 개발하고 있었다. 현대중공업의 성공은 노사 대립으로 얼룩진 그동안의 노사관계를 선순환 구조로 바꾸는 촉매제로 활용돼야 할 것이다. 노조와 사용자는 파이를 키워가며 상생할 것인지, 아니면 소모전만 일삼고 있을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노사관계를 상생의 관계로 바꾸려면 노조와 사용자 모두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 노조는 투쟁이 어느듯 타성이 되어 자신의 발목을 잡는 질곡으로 전락했다는 점을 새겨야 할 것이다. 사용자 역시 신뢰가 충만한 노사관계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노동계와 경영계 그리고 정부도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 전환이 주는 시사점을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금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도 상생의 관점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용 관행을 어떠한 방향으로 바꿔야 하며, 노·사·정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미래지향적인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법 만능주의의 환상에 빠져 문제가 있는 법안을 만드는 데 시간을 쏟는다면 노·사·정 지도자들이 오히려 사업장의 노사관계 혁신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근로자는 지금 우울하다. 노·사·정 모두 노사관계 혁신과 고용 혁신에 앞장서 근로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가 돼야 할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4. 30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