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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회복, 물가 먼저 잡아라 - 최창규
	2005-04-18
경기회복, 물가 먼저 잡아라 온 국민이 기다리고 기다리는 경기회복 소식이 최근 일부 신문·방송에 간간이 비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대다수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은 여전히 빠듯하기만 하여 서민들의 마음을 어둡게 만든다. 실제로 주부들이 시장에 나가보면 장바구니 물가는 치솟고 있어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끼게 만든다. 올해 1·4분기중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에 비해 3.2% 올랐는데, 그 중 공공서비스의 경우 상승률이 4.5%나 되어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한편 소비자들의 체감물가를 측정하기 위해 편제하고 있는 생활물가지수는 1·4분기중 4.7%나 올랐다. 통계상으로만 봐도 서민들이 느끼는 물가 상승 정도가 얼마나 심할 것인지 간단히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물가가 4% 상승했다는 것은 지난해와 똑같은 1만원짜리 한 장을 들고 시장에 가서 장을 볼 때 장바구니가 작년보다 4% 가벼워진다는 것을 뜻한다. 경기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의 물가 상승은 서민들의 실제 생활에 엄청난 추가적 고통을 주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조에서는 봉급 1%를 더 올리기 위해 극렬한 투쟁도 불사한다. 하지만 물가 상승으로 인해 전년 동기에 비해 봉급의 구매력을 얼마나 잃었는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심각하게 따져 보는 것 같지가 않다. 물론 현재 물가상승의 원인 중에는 정부정책의 잘못이라고만 돌리기 어려운 부분도 많은 것은 사실이다. 유가를 비롯한 주요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 이상기온 등으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거시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경기회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저금리정책을 펴온 결과 풀려난 유동성이 시간을 두고 점차 각종 물가, 나아가서는 부동산 가격까지도 들먹이게 만들고 있다. 물가 상승은 봉급 생활자의 구매력을 훼손시키고,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부동산을 보유하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간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 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지난 1·4분기중 통화정책의 목표가 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다소 낮은 3.0% 정도 올랐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인데다, 미국의 고금리정책이 지속되고 있고 올 하반기 쯤이면 경기회복과 물가상승 압력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제적 통화정책을 해야 할 통화 당국으로서는 물가의 상승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야만 할 것이다. 한편, 공급 측면에서 볼 때 ‘고임금→고물가→고임금’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도 먼저 노조에서 생산성 향상을 초과하는 무리한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공공요금의 급격한 인상도 상당히 우려된다. 버스와 지하철 요금은 이미 인상됐다. 앞으로도 서울시 택시 요금, 서울시 하수도 요금, 담뱃값 등이 오를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 재정경제부가 공공요금의 무분별한 인상 억제를 위해 공공요금에 대한 사후 평가와 공공요금 원가에 대한 검증을 실시키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라 생각된다.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공기업의 비효율적인 운영으로 인한 재정부담을 국민들에게 요금 인상으로 전가하는 부분은 없는지를 엄정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공기업들은 사기업에 비교해 볼 때, 대체로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는 선호되는 직장이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 보면 매우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요소를 많이 안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경기 침체하의 물가 상승은 서민들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또, 물가 상승은 금융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급격히 감소시키고 전 국민을 부동산 등 실물자산의 투기에로 몰고 가고 있는 주범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서민들에게 가장 시급한 사회복지정책 중의 하나가 바로 물가 안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의식하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에 봉급생활자의 구매력과 내집 마련의 꿈을 뺏는 물가 상승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공공의 적’이기 때문이다.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4. 18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