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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 보호법안' 문제 많다 - 김태기
	2005-04-01
'비정규직 보호법안' 문제 많다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계가 대립하고 있다. 정부는 4월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려는 반면, 노동계는 재논의를 요구하면서 정부가 강행하는 경우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비정규직이 많아지면서 빈곤 근로계층이 늘고 있고 동시에 노사 갈등뿐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변화된 환경에 상응하는 새로운 노동시장 질서가 하루빨리 형성돼야 한다. 노동계가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 채 무조건 법안을 재논의 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정부의 법안을 그대로 통과시키자는 주장 역시 문제가 있다. 비정규직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법안 자체도 중대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적으로 공론화됐지만 정작 그 해법에 대해서는 토론다운 토론이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비정규직 법안은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리는 꼴로 허술하게 만들어졌다. 비정규직 법안은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개선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현실에 비춰 볼 때 근로조건에 관련된 규정은 비정규직의 생활을 개선하기보다는 비정규직 제도 자체를 보호하는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더군다나 차별금지 규정은 정치적으로 생색을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효성은 의문시되며 오히려 노사 모두를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 비정규직 법안은 합리적인 이유없이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안에는 어떤 것이 합리적인 이유인지를 규정할 아무런 조항이 없고, 무엇을 차별로 간주하는지에 대한 규정도 없다. 차별금지에 대한 법적 기준이 사실상 제시돼 있지 않은데도 차별로 판정되면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법적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가운데 차별에 대한 판단을 노동위원회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과도한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법안에는 차별에 대한 입증 책임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다. 합리적인 이유없이 차별을 받는다고 주장하는 쪽은 근로자 측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근로자가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면 실제로 입증할 수 있는 근로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결국 법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좌절감을 느낀 근로자들은 법을 불신하고 더 나아가 실력행사를 하려는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러한 근로자들의 압력 때문에 차별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데 정치적인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짙어지게 되며 이것은 결국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표출될 수 있다. 노사정은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여야도 법안을 심의할 때 차별과 합리적인 이유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규정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행여 비정규직 근로자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인 이익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법안을 다루려고 해서는 안 된다. 특히, 해결해야 할 차별의 문제가 취업을 비롯한 기회의 차별인지, 아니면 생산성 차이를 반영하는 임금 수준 같은 결과의 차별인지, 그리고 성(性)이나 연령 등 근로자의 인적 속성에 따른 차별인지, 근로자가 맡고 있는 직무에 따른 차별인지 분명하게 규정해야 한다. 성이나 출신지역 같은 태생적 이유로 취업이나 승진에 불이익을 가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나라는 있어도, 단순히 근로 형태를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법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용 관행을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으는 일이 섣부른 입법보다 선행돼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정규직 노조에 비정규직 근로자가 가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업의 이익을 근로자들이 공정하게 나눌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비정규직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길이 될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4. 1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