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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 김영봉
	2005-03-29
누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취임 보름째를 맞는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정부 내에서 대표적인 개방론자이며 경쟁을 강조하는 인사로 꼽힌다. 통상교섭본부장 때에 스크린쿼터제의 폐지를 주장한 것을 보면 그러한 평판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최근에는 자신을 ‘변화를 지향하는 합리적 시장주의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세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시장원리에 반하는 정책은 서서히 바꿔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합리적 시장주의자라는 표현에 걸맞게 경제 문제에 접근하리라고 기대하면서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 우선, 누구나 자리에 앉으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히기 쉽다. 엘리트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일수록 이러한 성향이 짙다. 그러나 경제란 계획하거나 설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는 그 동안 정부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입안하여 시행한 정책의 결과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경제에 관해서는 인간이 가진 지혜의 한계를 인정할 줄 아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은 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특정 사안에 맹렬하게 매달리지 말고, 시장의 진화 과정을 지켜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정부가 별로 할 일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몇 가지 일을 제외하고는 시장은 그다지 정부의 간섭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 부총리가 이런 자세를 가져 준다면 경제는 살아날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업무 수행도 쉬워질 것이다. 다음으로, 정책의 일관성을 좀더 큰 틀에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도 시장경제의 창달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책을 들여다보면 반시장적 측면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세부 정책의 일관성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라는 큰 틀과 이를 실천하는 세부 정책 간의 비일관성 문제를 먼저 짚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 부총리가 바라는 것처럼 그것이 선진 경제 시스템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적 고려보다는 경제적 고려를 우선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국리민복을 위한다고 하지만 정치인들의 입법 활동은 선거에서 표를 의식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기 마련이다. 물론 관료도 나름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나 부처의 이해와 정치인들의 이해에 휘말리지 않는 뚝심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럴 경우 입지가 어려워질 수도 있겠지만, 경제 부총리는 특정 정당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국리민복을 위해 일해야 하는 자리라는 점을 의식하며 업무를 수행한다면 국민들은 그런 부총리를 오래 기억할 것이다. 좀더 구체적인 사안으로는, 반시장적이거나 기업활동을 방해하는 정책을 점차 고쳐 나가 주기 바란다. 물론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그러나 세부 정책의 일관성 유지 측면에서 이른 시일 안에 바꾸기 어렵다면 점진적인 정책 변화를 예고할 수 있을 것이다. 예고 자체가 시장의 반응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말에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장경제 원리, 주식회사와 대규모 기업집단의 형성 원리 등에 부합하는 것인지를 깊이 있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덕수 부총리에게 거는 국민들의 기대는 크다. 그냥 거는 기대가 아니다. 정연한 논리와 현실 감각은 물론 여유와 흔들리지 않는, 그러나 다른 의견에도 귀기울일 줄 아는, 소신을 두루 갖추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거기에 우리 인간은 기본적으로 ‘무지’하기 때문에 모든 정책에서 자유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혜가 더해진다면 한국 경제는 탄탄대로를 걸을 것이다. 김영봉 (중앙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3. 29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