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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 과반 붕괴는 '거품의 붕괴' - 박효종
	2005-03-28
與 과반 붕괴는 '거품의 붕괴' 여당의 과반수 의석이 깨졌다. 과반수 의석 붕괴가 당장 정치적으로 심각한 파장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원래 참여정부가 출범할 때도 소수당으로 출범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태의 중차대성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권력공학적 문제가 아니라 입법 권위의 정통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1년동안 정부·여당은 과반수 의석을 내세우며 개혁을 주도해 왔다. 그런데 그것이 결과적으로 국민을 우롱한 셈이 된 것이다. 자격도 없는 국회의원들을 포함하여 과반수가 되었으니, 실체 이상의 ‘거품’이 끼어 있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지금 그 ‘거품’이 꺼지고 있는 중이다. 사실 맥주잔을 채우는 데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거품을 잔뜩 부어 한잔이나 반잔을 채우는 방법이다. 하지만 거품이 끼어 있는 반잔은 진정한 의미의 반잔은 아니다. 사태의 심각성은 맥주잔을 채우는 문제가 아니라 입법부의 권위 문제라는 사실에 있다. 무자격자가 들어 있는 것으로 판명된 과반수 거품의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주도한 개혁정책의 정당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정부·여당은 의석의 과반수를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들며 얼마나 교만했는가? ‘과반수 프리미엄’에다 ‘여당 프리미엄’까지 겹쳐 그 위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과반수 국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사실을 내세우며 쟁점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야당을 주눅들게 했다. 특히, 과반수 여당의 교만함의 극치는 헌법재판소나 대법원 등 사법기관을 가차없이 비난하고 압박해 왔다는 점이다. 3권분립을 위해서는 입법부와 사법부 사이에 건강한 긴장관계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럼에도 과반수 여당은 국회가 통과시킨 행정수도이전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했다고 하여 국민의 주권을 침해했다고 공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일이 있다. 적어도 사법기관의 재판관들이 결격사유로 그 임명이 취소되는 사태는 없다는 점이다. 반대로 국민주권을 내세우며 목청을 높여 왔던 입법부의 여당에서 무자격자들의 거품이 꺼지는 소리가 들리니, 허망하기 짝이 없다. 이런 현상을 보고 ‘허장성세(虛張聲勢)’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속빈강정’이라고 해야 하나? 동물의 세계에서는 흔히 방어용이나 공격용으로 자신의 몸을 원래 이상으로 부풀리곤 한다. 두꺼비를 보든, 고슴도치를 보든 원래의 몸체보다 크게 보이도록 함으로써 다른 동물들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려고 하는 것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생존 경쟁을 위해 그런 삶의 태도를 보인다고 하지만, 민주정치에서 과반수 여당의 ‘허수성(虛數性)’은 어떤 정당성을 가지는가? 이 문제가 심각한 것은 국민주권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대변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1년씩이나 헌법기관을 자처하며 국민을 대변해 왔다면, 환자를 치료할 자격이 없는 돌팔이 의사가 1년씩이나 환자를 치료해 온 것과 다를 바 없다. 사법부도 국회의원의 자격 여부를 보다 신속하게 판단하지 못한 데 대해 자책해야 한다. 이번에 열린우리당은 과반수 의석을 잃어 정치적 주도권을 상실했다는 권력공학적 입장에서 대처할 것이 아니라 과반수 국민을 대변할 자격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과반수의 위력을 향유해 왔다는 점에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대변할 수 없는데도 대변했다면 ‘오버’한 것이며, 권한이 없는데도 권한을 사용했다면 ‘월권’이다. 의식했든 의식을 못했든, 이번 여당의 과반수 의석 붕괴 사태는 여우가 호랑이 뒤에 숨어서 그 위세를 자랑해 온 형국을 방불케 했다는 점에서 입법적 권위의 엄숙성을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 / 시민회의 공동대표) 출처 - 문화일보 2005. 3. 28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