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바른사회 칼럼
'외국학교 특별법' 통과 서둘러야 - 권대봉
2005-03-16
'외국학교 특별법' 통과 서둘러야 중국이 개방정책을 통해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해 외국자본을 유치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신흥 경제대국으로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 정부도 그같은 경제자유구역을 만들고자 인천 송도지역을 개발하는 것은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국책사업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중인 송도경제자유구역이 성공하려면 외국인 투자자들과 기업에 근무할 근로자는 물론 그 자녀들이 원하는 세계적 수준의 의료·학교 시설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세계적 수준의 학교 유치를 위해선 정부가 지난해 6월에 제출한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 국제자유도시의 외국 교육기관 설립·운영 특별법안’이 통과됐어야 하는데도 여전히 국회에 계류중이다. 이 와중에, 인천 송도지역에 병원 설립을 검토해오던 미국 하버드대 의대가 이 계획을 백지화하고 중국 상하이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병원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매우 충격적이다. 경제자유구역 안에 외국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것은 외국인 투자 유치를 활성화하고 내국인 고용을 창출하여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특별법안의 주요 쟁점은 내국인 입학과 학력 인정 여부, 결산상 잉여금의 본교 송금 허용 여부이다. 첫째, 일반적으로 자국에 설립된 국제학교에 내국인 입학을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일본의 경우 자국에 거주하는 상사 주재원, 외교관 등의 자녀 교육을 위해 설립·운영중인 국제학교에 일정한 요건을 갖춘 내국인의 입학을 허용하고 있다. 중국도 중외합작학교 설립 조례에 의한 외국 교육기관에 내·외국인 모두 입학을 허용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내의 외국 교육기관은 설립 취지에 맞게 외국인 입학을 원칙으로 하고 내국인 입학은 제한적으로 허용하면 될 것이다. 둘째, 한국에서 초·중등교육을 받고 외국에 나가면 모두 학력 인정을 받는데, 한국에 설립된 외국인학교의 학력을 한국이 인정하지 않는 것은 외국 유학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일본은 당해 외국인학교가 국제인증 또는 해당 국가의 인증을 받은 경우 그 졸업자에게 별도 졸업검정시험을 보지 않고 일본 국내 대학에 진학할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외국 소재 외국 교육기관에서 이수한 초·중등교육은 인정해주고, 한국 소재 외국 교육기관에서 이수한 초·중등교육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이므로 당연히 학력을 인정해 주되 한국어와 한국사 이수를 조건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 중국의 경우 ‘사립교육촉진법’에 따라 외국 교육기관의 단독 투자에 의한 학교 설립 및 투자소득에 대해 외화관리규정을 준수하는 범위 안에서 본국 송금을 허용하고 있다. 이 문제는 외국학교 설립 투자자의 입장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할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선교 목적인 종교계통 학교는 본국 송금이 투자 결정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그 이외의 사립학교는 합법적 송금이 불허되면 투자할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여러 이유로 결산 잉여금 송금을 끝내 허용하기 어렵다면 합작으로 학교를 설립하게 하여 한국측이 학교 시설을 구비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겐 교육방법과 교육자료 개발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하는 형식으로라도 보상을 해야 그들에게 투자 명분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경제특구나 국제자유도시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의 자녀 교육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을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교육 문제와 의료 문제가 해결돼야 투자하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아직 황량한 상태로 남아 있는 송도경제자유구역이 중국의 경제특구처럼 국가 경제 발전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국회와 행정부가 지혜를 함께 모아야 할 때이다. 국회는 특별법 통과를 마냥 미루기만 할 일이 아니다. 심의는 충분히 했으니 가까운 시일 내에 이 법을 통과시키든지, 아니면 합당한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권대봉 (고려대 사범대학장, 한국인력개발학회 이사장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3. 15 포럼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