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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국회가 해야 할 일 - 정진영
	2005-02-01
2월국회가 해야 할 일 국민을 짜증나게 만들었던 17대 국회가 잠깐의 휴식기간을 갖고 다시 문을 연다.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 다수의 냉소적인 시선을 고려할 때, 2월 임시국회에 국민들이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있을 것임은 당연하다. 아마 대다수 국민은 박수 받을 일을 해달라는 기대보다는 짜증나는 일이나 하지 말아 달라는 애원의 심정일 것이다. 그럼에도 은연중에 또다시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해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어쨌거나 국회의원과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이 아닌가. 더욱이 이번에도 역시 약간의 기대를 갖게 하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하는 여당의 원대대표단이 등장했고, 제1 야당인 한나라당의 대표도 무정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대통령도 연두기자회견에서 경제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상생의 정치와 국민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 이번 임시국회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인가. 여야 모두에 세 가지 주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정략적 계산이 아니라 국민의 관점에서 사안의 중요성과 우선순위를 판단하라. 정치인들은 어떤 사안이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남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면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려 한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이제 그러한 정략적 싸움에 싫증이 나 있으며, 정치인들이 계산했던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학법 등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또다시 여야 간의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국민으로서는 이러한 사안들이 지금 시점에서 과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생각해 봤으면 한다. 둘째,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대표로서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게 하라.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 뽑힌 것이지 정당이나 정치지도자의 도구로 선출된 것이 아니다. 정당들이 민주적인 논의 과정을 통하여 당론이라는 것을 정할 수는 있겠지만, 이것이 국회의원들의 투표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현재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내부에는 온건세력이 상당수 존재한다. 그리고 양당 내부 온건파와 강경파 사이의 이념적 차이가 양당 온건파들 사이의 차이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의원들의 자유로운 투표가 보장된다면 온건 중도노선이 국회의 주류를 형성할 것이고, 여야 간의 협력도 용이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여야 관계를 자극하여 당내 싸움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권모술수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서로가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 정치인들은 말한 것을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이미 정치인들은 국민으로부터, 그리고 서로 간에 신뢰를 잃었다. 감언이설을 늘어놓아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작년과 올해의 연두기자회견에 이르기까지 국민화합과 경제 살리기를 강조했다. 여당은 국민을 존중하고 민생을 살피겠다는 말을 무수히 반복했다. 야당도 정쟁이 아니라 정책경쟁을 통하여 상생의 정치를 펼치겠다고 공언해 왔다. 우리 국민 중 이러한 약속들이 지켜졌다고 믿는 사람이 과연 몇%나 될까. 17대 국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졌다. 정치에서 인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정책의 효과도 선거의 승패도 갈린다. 경제 살리기가 중요하다면, 정부가 아무것도 줄 게 없더라도 대통령이 경제인들을 자주 만나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정말 경제를 걱정하는구나 하는 인식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상생의 정치를 하려면 여야 지도부가 만나 웃는 모습이라도 자주 보여라. 극한 대립에서 양보하는 쪽이 단기적으로나 전략적으로 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승자가 될 수 있다. 정진영 (경희대교수.정치학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5. 2. 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