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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보다 교육방향 설정이 우선 - 류동길
	2005-01-31
개혁보다 교육방향 설정이 우선 교육부총리 임명을 둘러싸고 교육계와 시민단체가 반발,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등 파문이 그치지 않는다.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적임자인지를 따지기에 앞서 교육계 인사가 아니면 그 자리를 맡을 수 없다는 주장은 이기적이고 배타적이다. 교육에 경쟁논리를 내세우면 비교육적이라고 치부하는 것 역시 문제다. 경제든 스포츠든 교육이든 제대로 된 경쟁 없이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가? 우리 교육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몰라서 교육개혁이 안 되는 게 아니다. 문제점을 알면서도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고 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 교육정책이었고 교육현장이었다. 국민 거의 모두는 교육에 관한 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때로는 전문가처럼 행세한다. 그래서 마땅한 방안을 찾기도, 국민적 합의 도출도 어렵다. 하지만 교육행정의 수장(首長)이라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교육개혁 방안을 찾아내서 과감하게 실천해야 한다. 지난 2003년 2월 27일 노무현정부 출범시 조각 명단에서 교육부총리만 빠졌다. “가능한 한 5년 임기를 함께할 인물”을 그 때까지 찾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교육부총리 자리를 그처럼 중하게 여겼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부 출범 2년이 채 안 된 지금 벌써 네 번째 교육부총리가 탄생했다. 1948년 정부 수립후 배출된 교육부장관이 모두 48명, 재직기간이 평균 1년을 조금 넘었다. 김대중정부에서는 7명, 김영삼정부에서는 5명의 교육부장관이 자리를 지켰지만 짧은 재임 기간에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입시 제도만 이리저리 바뀌어 혼란을 초래한 기억이 생생할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교육부총리 임명과 관련해서 “대학은 산업이며, 대학 개혁은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진표 부총리도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인력을 길러내야 하며,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대학교육이 변해야 한다”고 했다. 대학교육, 더욱이 산업계의 수요에 부응하는 인재 양성의 중요성은 크다. 그러나 대학교육의 목적이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 공급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도 강조돼야 마땅하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대학입학과 관련된 이른바 ‘3불(不) 정책’(고교 평준화정책, 본고사 금지, 기여입학 불허)을 유지하는 틀 안에서 대학이 최대한 자율권을 갖도록 하겠다고 했다. 입학생도 마음대로 뽑지 못하게 하면서 무슨 자율권을 준다는 것인가? 대학교육을 대학에 맡기지 않고 대학이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다고 질책하는 건 앞뒤가 어긋난다. 중등교육 현장은 학생 답안지 대신 써주기, 성적 부풀리기로 멍들어 있고, 학생부와 수능은 비리와 부정으로 얼룩져 있다. 일부 선생님은 연가투쟁까지 하며 교육과 관련 없는 이라크 파병 반대 등 시위에 나서기도 했고, 교실은 편향된 이념교육 현장이 되고 있다. 이러한 중등교육 현장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대학교육은 대학에 맡기는 게 순리다. 잘못하는 대학은 사라지게 돼 있는 게 작금의 상황이 아닌가? 오리는 뛰기도 하고 헤엄치기도, 날기도 한다. 그런 까닭에 오리는 땅과 물과 하늘을 다 누비는 것 같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김정래 부산대 교수는 평준화정책으로는 우수한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면서 ‘한국 교육은 오리 사육과 같은 교육’이라고 했다. 적절한 비유다. 교육부가 주력해야 할 일은 대학 개혁보다 교육 전반의 방향 설정이다. “잠자러 가는 곳이 될 만큼 공교육이 신뢰를 못 받고 있다.” “교육의 경쟁력이 있어야 경제 발전은 성공할 수 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교육정책을 맡기 전에 했던 주장이다. 그런 소신을 가졌던 그가 교육행정 책임자가 됐으니 분명하고 구체적인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기존의 제도를 붙들고 적당히 자리를 지키기에는 그에게 맡겨진 임무가 너무나 막중하다. 류동길 (숭실대 경제학 명예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1. 31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