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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정말 살아나고 있나 - 김종석
	2005-01-26
경기, 정말 살아나고 있나 전공이 경제학이다 보니 내년 경제는 어떨지, 불경기가 언제 끝날 것인지 같은 질문을 종종 받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가 시인하다시피 예측에 관한 한 경제 전문가들은 기상청 예보관보다 결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기상이나 경제 모두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수시로 발생하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라는 것 자체가 애당초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경제는 사람들의 심리와 정부 정책이라는 모형화할 수 없는 변수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예측하기가 더욱 어렵다. 유능한 정부라면 어려움에 잘 대처하겠지만 무능한 정부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경기를 예측해 보라는 질문에 대해 항상 "정부 하기 나름"이라고 답변 아닌 답변을 하곤 한다. 연초부터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이고 일부 백화점 매출이 증가했다는 소식에 혹시 고대하던 경기회복의 조짐이 아닌지 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춤하던 부동산 가격도 조금씩 움직이는 조짐을 보인다. 경제부총리도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의 최근 움직임으로 볼 때 미약하나마 회복의 조짐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투자자와 소비자들의 분위기도 조금은 나아진 것 같다. 기업에 대한 정부.정치권의 인식 변화 조짐, 그리로 벤처 지원책을 비롯한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활성화 움직임이 분위기 호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의 긍정적인 조짐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예상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것 같다. 주가가 며칠 올랐다고 상승 국면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듯이, 단기간의 경제통계를 갖고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지, 하강하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직 서비스나 개인사업자 관련 경기는 거의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일부의 온기가 경제 전반, 온 나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정부, 그리고 정치권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정부가 계속 기업의 사기를 북돋워주고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등 희망을 준다면 조그만 불씨가 본격적인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반짝 회복'으로 끝날 수 있다. 특히 정부나 투자자들은 이 과정에서 2001~2002년의 실패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지금 추진하듯이 재정 지출과 정부 투자를 늘리고 금리를 낮춰 돈을 더 풀면 경기회복은 어느 정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2001년 가계대출과 신용카드를 늘려 경기회복을 도모한 것과 질적으로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001년의 획기적인 부양책 덕에 2002년에 경제성장률 6.3%의 호경기를 누렸지만 돈 풀어 늘린 수요는 효과가 단기적일 수밖에 없었고 그 호경기는 일년을 버티지 못했다. 그리고 그 후유증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불경기다. 그때 소비 증가와 함께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의 생산성과 공급 능력이 상응해 증가했어야 했다. 생산성과 공급 능력을 늘리기 위한 전제가 바로 기술.설비 투자다. 기업들이 설비투자와 기술투자를 꺼리고 있다면 아무리 소비를 늘려 경기를 되살려도 살아난 경기는 오래갈 수가 없다. 그것이 2002년의 교훈이다. 지금 모처럼 나타난 경기회복의 불씨를 또다시 먹고 마시는 단기 처방으로 허비해서는 안 된다. 벤처 활성화도 좋지만 또다시 과거와 같은 투전판이 돼서는 안 된다. 지금은 기업 투자를 살리는 데 국력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경쟁력도 살고 일자리도 는다. 기업투자를 늘리려면 무엇보다 사회 불안과 갈등이 해소돼야 하고, 정책의 불확실성부터 없애야 한다. 혼란한 나라에서 경제가 잘된 적이 없다. 정치가 안정을 되찾고 정책이 예측 가능해진다면 우리 경제는 훨씬 빠르게 회복될 것이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중앙일보 2005. 1. 2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