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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는 시장이 만든다 - 조동근
	2005-01-25
일자리는 시장이 만든다 올해 정부는 ‘민생 챙기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한다. 재정 조기 집행과 공공부문 투자확대를 통해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여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기울이겠단다. 우리경제의‘젊은 피’여야 할 청년이 백수로 전전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명은 반가운 소식이다. 정부는 우선 올해 재정소요 사업비 가운데 59%인 100조원을 오는 6월까지 조기 집행하고, 공공부문과 공기업에서 5만명을 신규 채용하며,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업비 8000억원을 1,2월에 조기 투입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연·기금을 동원한 종합투자계획 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작으면 추경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재정의 조기집 행과 정부 의지가 문제 해결의 열쇠는 아니다. 정부가 돈을 풀어서 경기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역발상이 필요하다. 2003년과 2004년의 성장률은 3.1, 4.7%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경제가 호황이었음을 감안할 때, 우리경제는 ‘실력’보다 최소한 1% 포인트 적게 성장한 것이다. 2003년을 기준으로, 명목 국내총생산은 721조원이다. 따라서 1% 저속성장은 약 7조원의 국내총생산의 상실을 의미한다. 국내총생산 중 피고용자보수(월급)의 비중이 45%임을 감안하면, 1% 저속성장으로 약 3조원의 월급이 날아간 것이다. 근로자 연봉을 1인당 3000만원으로 잡으면, 2003년에만 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연봉을 2000만원으로 낮춰 잡으면 15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 같은 관점에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일자리 창출정책인 것이다. 일자리는 전형적인 ‘파생수요’이다. 즉 기업이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투자를 결정해야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업은 불확실성이 최소화되고 경영권이 안정될 때 투자계획을 세우게 되며, 노동시장이 유연해야 신규인력을 충원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책무는 일자리 제공이 아니라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제도적·정책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기업활력 제고와 경제심리 회복으로 집약된다. 지금의 취업난과 경기침체는 정부지출이 부족해서 야기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정부지출 확대가 민간투자를 구축하는 효과를 가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재정지출 확대는 미래의 자원을 미리 끌어 쓰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부부문도 인력을 고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그 자체로서 타당성을 지녀야 하며, 단지 일자리를 만들 목적으로 인력을 충원해서는 안 된다. 공공부문의 인력과 조직이 팽창할수록 늘어난 인력들은 할 일을 찾게 되고 이는 결국 불필요한 규제의 양산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일자리는 시장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므로 왕도가 없다. 만약 그렇다고 믿으면 경제에 대한 몰이해와 정치적 목적을 드러낸 것이다. 일자리가 시장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고용정책의 첫 단추여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경제제도연구센터 소장) 출처 - 이코노믹리뷰 2005. 1. 19 (제245호)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