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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노조 환골탈태 할 때 - 김태기
	2005-01-25
대기업 노조 환골탈태 할 때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간부가 지난해 계약직 생산 근로자를 채용하는 과정에 개입해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경악하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들은 기아차 노조가 직원을 채용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보도에 놀라면서, 사건의 실상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철저하게 밝혀져 모든 의혹이 풀리기를 바라고 있다. 이 사건은 인터넷에서 제기된 의혹이 시발점이었다. 그러나 지금 항간에는 회사 측에서 채용비리를 알고 있었는지, 이러한 채용비리가 과거에도 있었는지, 채용비리 이외에도 다른 형태의 비리가 있었는지, 그리고 수수한 금품이 어디에 사용되었는지, 다른 대기업에서도 유사한 비리가 있는지 등의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기아차 노조의 활동과 노사관계의 관행은 다른 사업장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기아차 노조의 채용 비리사건을 노동운동과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교훈으로 삼으려면 사법처리를 위한 조사로 사건을 끝내기보다 사건의 발생 원인과 배경에 보다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기아차 노조의 활동 방향이나 행동양식 그리고 회사 측의 대응방식 등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었기에 채용 비리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정책적 차원에서 조사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노조는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압축적인 성장을 하였다. 대기업 노조가 노동운동을 주도해왔으며, 이들 대부분은 투쟁을 통해서 권익을 쟁취하는 강경노선을 걸어왔다. 그 이후 노동계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자 이들은 이것을 외부의 보호막으로 활용하였고, 상급 노동단체는 이들의 활동을 슬기롭게 선도하지 못했다. 대기업 노조는 외부적 보호막을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빈번한 파업으로 사용자를 위협해 회사의 인사경영권을 무력화했고 자신들을 위한 사내 보호장치도 강화했다. 대기업 노조의 내부 견제 기능 못지않게 외부 견제 기능도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노조 활동의 일차적인 외부 견제자는 사용자 측이지만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사용자 측은 단기적인 이익에 매달려 노조와 원칙 없는 타협으로 일관했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합리적인 조합원보다 투쟁을 주도하는 소수 조합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또 노조의 요구에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다가 파업이 발생하면 갑자기 입장을 바꾸는 등 일관성과 신뢰성을 결여한 행태를 보였다. 정부는 노조가 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활동하도록 지원하고 동시에 견제도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계의 정치력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대기업 노조가 불법 파업을 일으켜도 모르는 척 외면하거나 아예 눈을 감기도 했다. 노동계의 요구나 주장에 끌려 다니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노사 정책에 시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아자동차 노조의 채용 비리사건을 노동운동과 노사관계를 발전시키는 계기로 승화하기 위해서 노사정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유사한 비리가 다른 대기업 노조에서도 발생하고 있는지 조사하고, 앞으로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조합과 노사관계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노동계는 노조 내부의 견제와 감시 장치를 강화하는 데 스스로 나서야 할 것이다. 대기업 노조 활동의 투명성도 높여 노동운동이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경영계도 노조의 부당한 요구를 무마하기 위해 그동안 즐겨 사용하던 ‘눈 가리고 아옹’ 하는 식의 편법적인 관행을 과감하게 떨쳐 버려야 한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노동조합이 민주적이며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 이전이라도 현행 노동법에 규정되어 있지만 사문화된 노조의 운영상황 공개나 자료 제출 요구 등의 조항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노동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세계일보 2005. 1. 2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