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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형 中企 육성' 성공하려면 - 김태기
	2005-01-20
'혁신형 中企 육성' 성공하려면 근로자의 약 90%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고,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내수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정책의 취지에 공감한다. 그러나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키우는 방법론은 과거와 달라진 게 별로 없어 구호성 정책이나 선심성 정책으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가 또 다시 정책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부터 직시해야 한다. 한국의 중소기업은 내면적으로 ‘기술력 낙후-시장력 열세-지불 능력 부족’이라는 악순환의 구조적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중소기업은 종업원이 기술을 습득하면 독립해서 다른 회사를 만드는 경우가 많아 기술이 축적되지 못하고, 제살 깎아먹기 식의 경쟁에 빠지곤 한다. 결국 종업원의 급여 수준은 제자리걸음을 하게 되고 우수한 인력은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있다. 이 바람에 하청 중소기업은 증가하는 반면 독자적인 경영 기반을 가진 중소기업은 줄어들고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유연하게 개발할 수 있는 중소기업의 장점을 살리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의 하청 의존도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제조업의 경우 하청 중소기업의 80% 이상은 매출액 중에서 하청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는다. 정부는 자금지원책에 의존해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지난 정부가 추진했던 벤처기업 육성정책의 문제점을 답습할 소지가 많다. 잘못된 벤처기업 육성정책은 성실하게 일하는 중소기업에는 소외감만 주었고, 선의로 투자한 일반 사람들에게는 심대한 재산 피해를 보였다. 반면, 적지 않은 벤처기업이 형식적인 지원 요건만 충족시켜 정부 지원을 받거나 무리하게 자금을 공모하는 등 이익챙기기에 골몰했다. 그 결과 지금은 정상적인 경영을 영위하기 힘든 벤처기업이 많다. 중소기업의 기술 혁신을 유도하기에 앞서 정부는 정책 혁신부터 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기술 혁신에 성공하려면 제조나 마케팅 등의 핵심 기술을 가진 종업원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자면 중소기업은 핵심 기술을 가진 종업원을 제대로 대우할 수 있는 방안부터 만들어야 한다. 다른 종업원에 비해 급여나 보너스 등을 조금 더 준다고 해서 핵심 종업원이 중소기업에 계속 남아서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중소기업 경영자의 대부분은 핵심 기술을 가진 종업원에게 회사의 지분을 제공할 의사가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종업원의 기술이 높을수록 강하다. 그러나 현 제도 아래에서는 종업원이 가진 기술 등을 지분으로 인정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99%의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주식회사를 선택하고 있지만 주식회사 아래에서는 현금 출자만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이 주식 발행 등으로 주식회사의 장점을 활용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부터 개선해야 한다. 먼저, 기존의 유한회사 제도를 대폭 개선할 필요가 있다. 유한책임회사의 설립 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지분에 대한 배당과 핵심 기술을 가진 종업원에 대한 지분 제공 등도 정관에 따라 주주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키우고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선진국의 중소기업은 대부분 유한책임회사를 선택하고 있다. 특히, 주식회사 천국이라고 불렸던 미국은 지난 10여년 동안 유한책임회사를 대대적으로 도입하면서 지배구조 변경의 열풍이 불었다. 1980년대 미국은 저성장과 고실업으로 인한 위기에 봉착했으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지금은 고성장과 저실업의 신경제를 구가하고 있다. 이렇게 경제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은 중소기업이 유한책임회사를 선택함으로써 기술 혁신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1. 20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