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고용허가제' 인력난 부채질 - 류동길
	2002-07-26
'고용허가제' 인력난 부채질 최근 정부가 발표한 외국인력 개선대책은 전체 외국인 노동자의 80% 에 이르는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연수생 규모는 늘리 되 관리는 철저히 해 불법취업을 막겠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 3월 말 현재 불법체류자는 26만6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을 내 년 3월까지 출국시키고 그에 비례해 외국인 도입 규모를 결정하겠다 는 것이다. 불법체류자를 방치해서는 안되지만 이 조치는 외국인력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가중시킬 가능성을 키운다. 그래서 업계는 현실 을 외면한 탁상공론이라며 비판한다. 그런가 하면 사회 일각에서는 불법체류자와 인권침해 문제는 현행 산 업연수제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용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업연수제는 중소 제조업의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를 일정기간 연수 후 취업시키는 제도다. 이 제 도를 두고 사실상의 근로자를 연수생으로 취급해 이들의 임금을 착취 한다는 비판이 있다. 국내 기업에서도 신입사원에게 일정 기간 연수를 시키는데 노동 능력 과 적응력이 낮은 외국인 근로자의 연수 필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산업연수생과 연수취업자의 임금 수준은 내국인 근로자의 77∼88%에 이른다. 이 수준은 그들 국가의 임금 수준에 비할 때 10배에서 수십 배에 이른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것을 임금착취라고 한다 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산업연수제를 인권침해와 불법체류의 온상이라고 한다. 인권침해는 대부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불법체류자와 일부 몰지 각한 불법 고용주 문제인데도 합법적으로 외국인 연수생을 활용하는 업체도 인권을 탄압하고 있는 것으로 매도되고 있다. 불법체류자의 대부분(80%)은 관광, 친지 방문 등 목적으로 입국해서 출국하지 않은 경우다. 우리의 높은 임금 때문에 한국에 들어오려는 외국인 근로자는 줄을 서 있다. 연수생으로 입국해 불법체류중인 경우도 있지만 불법체류 책임을 모 두 산업연수제에 돌리는 것은 억지다. 국내에 인력 수요가 있고 외국인력의 초과 공급이 있는 한 고용허가 제에서도 불법체류자는 계속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해답 은 고용허가제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불법체류자와 불법 고용주의 단 속에서 찾아야 한다. 인권은 고용 형태와 상관없이, 또 외국인ㆍ내국인 가릴 것 없이 보호 돼야 하며 인권유린 사태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불법체류 문제는 인권문제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찍이 고용허가제를 도입했던 독일은 외국인 근로자를 한시적으로 고용하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귀국시키는 정책을 썼다. 그러나 고임금 국가인 독일에 머무르고 싶어하는 근로자와 적응이 잘 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고 싶어하는 고용주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 떨어져 외국 근로자의 독일 체류는 장기화됐고 그들은 사실상 이민자 가 됐다. 이러한 독일의 경험은 값진 교훈이다. 고용허가제는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우리 후대에 까지 이어진다. 그런데도 이 제도를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여기는 것 은 잘못된 진단으로 잘못된 처방을 하는 의사와 다를 바 없다.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이상(理想)을 앞세우는 정책은 의약분 업에서 보듯 많은 후유증만 남길 뿐이다. 불법체류자를 방치할 수는 없지만 26만여 명의 불법체류자를 출국시 키겠다는 계획이 제대로 실현될 것인지, 또 그들이 출국할 경우 산업 현장의 인력공백 상태를 메울 대책은 있는지 걱정이다. 어디 법이 없 어서 불법체류자가 생겼는가. 인공위성은 0.001%의 실패 가능성이 있어도 발사를 연기한다. 하지만 공기가 오염됐다고 해서 공기가 맑아질 때까지 숨쉬기를 멈출 수는 없다. 불법체류는 막되 산업현장의 혼란을 막을 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불 법을 한 번 털어주고 몇 년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출국토록 하면서 단 속을 강화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외국인력 문제의 핵심은 중소기업의 인력난 완화에 있다. 이 점을 외 면한 인력문제의 접근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불법체류 해소와 인권 보호는 당연히 강조돼야 하지만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검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류동길 (숭실대 교수ㆍ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매일경제 2002. 7. 26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