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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교육부총리에 바란다 - 남승희
	2005-01-08
새 교육부총리에 바란다 덕담을 주고받으며 복스러워야 할 새해 벽두에, 분노한 여론의 화살에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임명된 지 사흘 만에 퇴진하고 말았다. 누가 그 뒤를 잇더라도 흔쾌한 마음으로 임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누군가 새 교육부총리가 되어 업무를 추진해 나가야만 한다. 새 교육부총리는 국민으로부터 진심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라는 덕담을 들을 수 있는 인물이면 좋겠다. ‘3일 교육부총리’로 상처받은 국민 정서를 가라앉힐 수 있는 인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물, 약간의 파격이 있더라도 ‘교과서’ 같은 삶을 산 인물, 가슴을 크게 펴고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인물, 인기에 연연하거나 보신주의에 빠지지 않고 오직 ‘교육’만 보고 달릴 소신 있는 그런 인물 어디 없을까? 이 참에 새 교육부총리가 될 분에게 덕담(?) 한 마디 하자. “초심으로 돌아가십시오.” 노무현정부 출범 직전인 2003년 2월 한 연구기관(EAI)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 정부의 국정목표로 ‘국가경쟁력 혁신을 통한 선진국 경제로 도약’(45.3%)을 가장 많이 꼽았고, 역점 분야는 경제(23.1%) 다음으로 교육(20.2%)이었다. 국민들은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위해 ‘경제 안정’과 ‘교육 내실’에 역점을 두기를 바랐던 것이다. 이에 덧붙여 ‘교육 문제 해결이 시급한 것은 단순히 사교육비 문제가 아니라 인재 양성 및 국가경쟁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며, 이를 위해 ‘공교육 기능 정상화’(45.3%)와 ‘교육부의 기능 축소 및 교육자치 강화’(23.5%)를 핵심 과제로 들었다. 결국, 새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가경쟁력 혁신을 위한 교육개혁’이고, 이는 ‘교육행정구조 개혁을 통한 학교 살리기’로 압축됐다. 이런 조사 결과를 다시 보니 새삼 지난 2년을 되돌아보게 된다. 사회 곳곳에서 불거진 갈등과 반목이 교육계라고 예외일 수 있었겠는가? 그런 와중에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했으면 좋겠다던 당초의 바람과는 달리 우리는 벌써 세 분의 전직 교육부총리를 배출(?)해 냈다. 잦은 교육부총리의 교체로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얼마나 컸는지를 따져보는 일은 차치하더라도, 무엇이 정부와 국민을 가장 괴롭혀 왔고 결국 교육부총리의 잇단 퇴진으로 이어졌는지는 살펴볼 일이다. 그것은 대학입시에 관한 일일 것이다. 교단의 갈등과 반목으로 인한 혼란일 것이다. 그리고 학부모의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일 것이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 보면, 새 교육부총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해진다. 먼저, 대학입시에 관한 업무를 대학과 고등학교에 맡겨야 한다. 교육 개혁의 핵심은 투명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한 분권과 자율이고, 이는 정부의 ‘교육행정 업무 경량화’에서 출발한다. 다음으로, 원칙과 양심으로 교육공동체의 잠재적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교원단체의 갈등에 눈치나 살피며 이념으로 ‘코드’ 맞추는 일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여론몰이에 흔들려서도 안 된다. 정치권의 눈치나 살피는 조령모개 식의 졸속행정도 그만두고 탈정권, 탈정치의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도 새 교육부총리가 해야 할 일은, 자녀의 친권자로서 당당한 교육 주체인 학부모가 정부나 교원단체 또는 그 어떤 집단이나 제도로부터 침해받고 제한받아온 ‘학부모 권리’를 찾아주는 일이다. 정부나 교원단체의 지나친 권한과 권위 등 교육계의 ‘앙시앵 레짐’(구체제)을 해체하고 정부가 ‘보통’의 학부모를 위해 노력한다는 느낌을 체감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야 한다. 당장의 실적이나 성과보다는 미래를 위해 교육의 틀을 재정비하고 ‘국가경쟁력 혁신을 위한 교육정책’을 소신 있게 수립할 유능하고 참신한 새 교육부총리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남승희 (명지전문대 교육학 교수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1. 8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