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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하는 勞使를 - 박동운
2004-12-22
상생하는 勞使를 올 한 해는 크고 작은 많은 노사갈등이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했다. 이런 노사 갈등은 유가 급등, 소비 침체와 함께 우리 경제 추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게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1년을 마감하는 시점에 몇몇 기업의 노사가 화합의 상생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희망을 주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통신기기업체인 팬택노조의 경우 내년 임금을 동결하기로 결의했으나 경영진은 오히려 올려주기로 했다. 팬택 노조위원장은 “현재의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미래지향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을 경우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해 대의원회를 열고 임금동결을 결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조의 임금동결 결의를 전해들은 팬택 경영진은 긴급회의를 열고 되레 예년 수준(10% 내외)으로 임금을 인상하고 격려금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상생의 노사관계’의 한 모델을 보는 듯하여 흐뭇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중공업 노사도 올해 임단협에 합의함에 따라 ‘10년 연속 무분규’의 대기록을 달성했다는 뉴스 역시 협력적 노사관계의 모델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그동안 수많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기업들은 ‘강성노조’ 때문에 중국을 비롯하여 해외로, 국내에 투자한 외국기업들은 보따리를 싸들고 유턴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한국의 대중국투자는 금년 한 해 동안 70억달러를 기록, 미국과 일본을 앞설 전망이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 수는 1만개가 넘고, 미신고 법인수까지 포함하면 3만개가 넘는다. 그동안 국내기업들이 중국에서 제공한 일자리는 약 150만개에 달한다. 국내기업들이 중국투자에 성공할 가능성은 20% 정도라고 하는데 왜 자꾸만 중국으로 진출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두말할 필요없이 낮은 비용 때문이다. 전경련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단지공단은 중국의 ‘경제개발구’에 비해 임금은 9배, 땅값은 3.6배, 법인세는 1.8배나 높아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게다가 ‘강성노조’가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기 마련이어서 국내기업의 중국진출은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해외직접투자와 관련하여 아일랜드를 빼놓을 수 없다. 아일랜드는 남한 면적의 3분의 1, 인구는 9%에 불과하지만 2002년 해외직접투자 유입액이 한국의 10배가 넘는 190억3000만달러나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일랜드의 1인당 국민소득이 1990년에 1만달러, 98년에 2만달러, 그리고 2003년에 3만달러를 기록한 것이다. 10여년 만에 이뤄진 그 같은 발전의 이유는 간단하다. 아일랜드는 기업의 80%가 노조가 없고, 기업규제가 약해 외국기업들이 앞다퉈 투자한다. 2002년에는 1094개의 외국기업이 아일랜드에 진출하여 13만개의 일자리를 제공했다. 일본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은 1987∼91년 거품경제를 경험한 후 장기불황에 빠졌다. 그런데 불황 극복을 위해 일본노조는 악명 높은 ‘춘투(春鬪)’를 포기하고 임금인상을 자제해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은 OECD 30개 회원국가 중 유일하게 1992년 이후 연평균 단위노동비용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노조의 경제살리기 의지의 결과로 보아야 한다. 한국은 어떠한가. OECD 자료에 따르면 스페인, 터키, 그리스, 구 사회주의국가 등 경제가 안정되지 못한 몇몇 나라들을 제외하고 단위노동비용 상승률이 가장 높은 편이다. 이는 곧 그동안 임금이 ‘지나치게’ 많이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도 일본과 같이 장기불황을 경험하게 되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팬택노조의 임금동결과 현대중공업의 10년 무분규는 상생노사관계의 이정표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박동운 (단국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4. 12. 22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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