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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교관례 무시한 中대사관 - 제성호
	2004-12-14
외교관례 무시한 中대사관 주한 중국대사관 측이 탈북자 강제송환 반대운동을 주도하는 한나라당의 황우여 의원 측에 협박에 가까운 항의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정무 참사관이 “국회의원이 이런 활동을 하면 되겠느냐, 그렇게 하면 곤란하다” “중국 정부는 그렇게 나올수록 더 강하게 나갈 것”이라며 시종 위압적 자세를 보였다고 한다. 우리 국회의원이 탈북자 북송 저지를 위한 국제 캠페인을 주도하는 것을 중국 정부가 예의주시하고 우려의 반응을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중국 대사관 측의 문제 제기 방식은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한참 잘못된 것이었다. 최소한 예의를 차려야 했다. 대사관 측은 사전에 시간 약속을 하여 황 의원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고, 탈북자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는 등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했다. 이러한 외교적 격식을 무시한 채 과장급 외교관이 겨우 전화 한 통화만으로 국회의원의 활동을 중단시키려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안하무인적 처사라고 하겠다. 이웃나라 일본의 중의원들(나카가와 마사하루 등)도 탈북자 등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데, 중국측이 외교적 무례를 범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불만이 있더라도 절제된 말을 사용하는 것이 외교의 세계다. 이렇게 나오면 곤란하다느니, 더 강하게 나가겠다느니 하는 말은 사려분별 있는 외교관의 세련된 어법은 아니다. 더욱이 외교적 오만과 결례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푸는 길이 되지 못한다. 중국은 위협적 언사와 하대(下待)적 태도가 사태 해결(탈북자들에 대한 우리 NGO들의 지원 중단)의 열쇠가 된다고 보는지 묻고 싶기까지 하다. 올바른 외교관계는 상호 주권 존중 및 내정 불간섭의 자세에서 싹트는 것이며, 상호주의를 기본으로 할 때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중국의 협박성 내지 내정간섭적 행동이 다분히 의도적이며 일과성 해프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5월 20일, 전·현직 여야 의원들이 대만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취임식에 참석했던 일과 관련해, 리루이펑(李瑞峰) 주한 중국대사관의 공보관이 “당장 조치를 취하지는 않지만 기억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우리가 첫 단추를 잘못 꿰었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또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정부·여당은 항의 한 마디 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만이 국민적 자존심에 상처를 받을 정도의 외교적 멸시를 국가적 수치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이런 행태가 과연 ‘자주외교’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비슷한 행위를 미국이 했더라도 그냥 넘어갔을까? 맹목적인 반미가 자주가 아니듯이 잘못을 따지지 않고 넘어가는 것 역시 진정한 친중(親中)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는 위안스카이(袁世凱)가 구한말 고종(高宗) 황제를 무시하고 사실상 왕노릇을 했던 일을 기억해야 한다. 앞으로 중국의 힘이 커져 패권적 지위를 확보하게 되면, 아예 상전 노릇하려 들지 모른다. 이 점을 고려해 차제에 대등한 한·중관계 정립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확실하게 정리하고, 반드시 중국측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얻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중국은 우리 정치인에 대한 비자 발급 통제 등 변칙적 행동을 계속 시도할 것이다. 또, 보편적 인권 문제인 탈북자 문제에 있어 중국의 강압적 요구에 밀려 원칙(인권)을 포기해선 안 된다. 강대국과의 외교에서는 법과 원칙, 그리고 도덕성이 최고의 무기이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저자세의 소극적인 외교나 무른 대응으로는 우리의 국가 이익을 실현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교 12년의 한·중관계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대중 외교에서 자주성과 당당함을 보여주길 간절히 바란다. 제성호 (중앙대 국제법 교수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12. 14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