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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력 1위의 허상 - 권대봉
2004-12-13
문제해결력 1위의 허상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연구(PISA) 결과를 보면, 한국 학생들의 성적은 최상위권인 데 비해 학습흥미도와 학교에 대한 만족도는 최하위권이다. PISA는 2000년 31개국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된 이후 3년 만인 2003년 6월에 회원·비회원 41개국을 대상으로 문제해결력, 수학, 과학, 읽기 평가가 실시됐다. 영국은 표본이 작아서 분석 대상에서 제외돼 40개국의 만 15세인 고교 1학년생 28만명을 대상으로 분석하였고, 한국은 151개교 5612명이 참여했다. 한국의 고1학생의 학업성취도는 종합 1위인 핀란드에 이어 2위이고 문제해결력 1위, 읽기 2위, 수학 3위, 과학 4위를 차지해 칭찬받을 만하다. 그렇지만 수학에 대한 흥미도 31위, 학습동기 38위, 학교에 대한 태도 37위, 학교소속감 35위, 교사의 수업지도에 대한 평가가 35위라는 점에서 학교교육의 위기상황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핀란드는 학교교육의 결과로 전체 1등을 차지하였고, 다른 나라에서는 핀란드 교육의 성공요인이 무엇인지 배우려 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2등을 차지한 한국의 교육에 대해서는 과외교육 덕분이라고 힐난하고 있다. 특히 평가 결과 발표 당일 독일교사협회장은 “한국의 많은 학생들이 과외를 하느라 밤 10시가 넘어야 귀가하고, 부모들은 평균 연간 수입의 4분의 1을 투자한다. 이런 비인간적인 교육 때문에 학생들의 정신이 파괴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한국 학생들의 높은 성취도가 교육정책의 결과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한국 학생들도 학교를 행복한 배움의 마당으로 인식하고 과외교육 없이 학교 교육만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려면, 사교육 없이 세계 1위를 기록한 핀란드 교육의 세 가지 성공요인을 주목해야 한다. 첫째, 핀란드는 정부와 단위학교의 역할분담이 잘되어 있고,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한 것이 특징이다. 과거 정부 통제 중심으로 시행하던 교육정책을 1990년대 초에 들어와 분권화하고 학교 운영에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하였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학교에 맡기는 방임형 자율은 아니다. 예컨대 핀란드 정부는 1996년부터 수학과 과학 과목의 교수법을 개선하기 위해 루마(LUMA)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과학실험실과 컴퓨터를 최신화하고 실험실습 활동을 강화하며, 교사들에 대해 교과 내용과 교수법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둘째, 교사의 질이 우수하며 교사가 존중받는 나라이다. 이 나라에서 초중등학교 교사가 되려면 교육학 석사나 교과교육학 석사학위를 얻어야 하며, 성적이 상위 10% 이내에 들어야 교사자격증 취득 프로그램에 들어갈 수 있다. 교사는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입문하기도 매우 어려워 자부심도 대단하다. 교사들은 석사학위 과정에서 전공과목뿐만 아니라 연구방법 과목을 이수했기 때문에 교육문제를 스스로 분석하고 해결하면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셋째, 핀란드 학교에서는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이 운용되고 있다. 본인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상담과 진로 진도를 하며 자신의 능력에 따라 과목·수준별로 개별화된 학습을 할 수 있다. 다른 학교에 가서 수업받을 수도 있으며, 부진 과목은 학교에서 개별지도를 받는다. 고교 졸업시험의 과목은 모국어 제2공식어 외국어 수학 등 4가지가 필수과목이고, 인문사회과학 또는 자연과학 중 1과목을 선택해 5과목으로만 정해져 있다. 한국의 교육 관계자들은 PISA 결과에 고무되어 안주해서는 안 된다. 핀란드 학교가 한 아이라도 낙오시키지 않으려는 확고한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학생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학습기회를 제공하고, 교육개혁을 통해 수준 높은 교사의 질을 유지하며, 자율적인 학교 운영을 통해 성공적인 공교육을 이뤘음을 명심해 우리도 지속적인 교육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대학원장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4. 12. 13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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